‘60회 수명 족쇄’ 실험실 단계지만… 상온 고체 수소화 배터리 아키텍처 제시
고압 탱크·극저온 냉각 없이 수소 저장 가능… 기존 열수소 저장 대비 효율 30% 이상↑
美, 청정에너지 R&D ‘75억弗 삭감’ 장벽… 중국산 수소 배터리 격차 단속 비상
고압 탱크·극저온 냉각 없이 수소 저장 가능… 기존 열수소 저장 대비 효율 30% 이상↑
美, 청정에너지 R&D ‘75억弗 삭감’ 장벽… 중국산 수소 배터리 격차 단속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수소 에너지의 고질적 난제였던 고압 압축 탱크나 극저온 냉각 장치 없이도 상온에서 압도적인 효율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이와 경쟁할 수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연구 자금 지원을 전격 중단하면서, 미래 에너지 패권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25일(현지시각) 자동차 및 미래 모빌리티 테크 매체 ‘오토노시온(AutoNotion)’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CAS) 산하 다롄 화학물리연구소(DICP) 연구팀은 최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줄(Joule)』에 전기와 수소 가스를 동일한 고체 상태 장치에 가역적으로 저장하는 이중 기능 배터리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마그네슘과 수소이온의 결합… 상온·상압서 ‘화학 스펀지’ 역할 수행
이번에 공개된 중국산 배터리의 핵심 공학 메커니즘은 매우 독창적이다. 장치 한쪽에 마그네슘(Mg) 금속을, 반대편에 수소 가스를 배치한 뒤 그 사이에 수소 이온(하이드라이드) 고체 전해질을 채워 넣은 구조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 수소 가스는 마그네슘과 결합해 안정적인 고체 금속 수소화물을 형성하며 전기를 방출한다. 반대로 충전 시에는 이 반응이 역전되어 고체 속에 갇혀 있던 수소 가스가 다시 방출된다.
외부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전력망(그리드)용 배터리로 쓰이거나, 수소를 머금고 뱉는 ‘화학 스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가치사슬이 완성된 것이다.
가장 파괴적인 혁신은 이 모든 화학 반응이 일반적인 상온과 정상 대기압 상태에서 완벽히 구동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수소 저장 방식은 350~700바(bar)의 무지막지한 초고압 탱크를 쓰거나, 영하 423°F(약 영하 252.8°C)의 극저온 유지를 위한 고가의 냉각 장비를 필수적으로 요구해 저장 단계에서만 입력 에너지의 30~50%를 낭비해 왔다.
DICP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이 같은 물리적 제약과 에너지 낭비를 완벽히 걷어내며 수소 에너지 저장·회수 효율을 93.9%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기존 열수소 저장 방식보다 효율이 약 3분의 1 이상 향상된 수치다.
상업화까진 최소 10년… 60회에 불과한 ‘조기 열화’ 극복이 숙제
다만 헤드라인의 화려한 수치와 달리, 이번 배터리가 당장 전기차나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 전면 투입되기는 무리라는 신중론도 지배적이다. 아티피셜 벤치마크 검증 결과 이 장치는 아직 순수한 ‘실험실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토타입은 초기 방전 용량 면에서는 인상적인 성과를 냈으나, 불과 60회의 충·방전 사이클을 거친 후 용량이 70%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열화 현상이 관측됐다. 스마트폰 배터리로 치면 두 달, 전력망 규모로 운영하면 고작 2주 만에 수명이 다하는 수준이다.
현재 테슬라 메가팩에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6000사이클 이상을 견디고, 차세대 철-공기(Iron-Air) 배터리가 1만회 사이클을 보증하는 것에 비하면 상업용 수명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현재 세포 10개를 쌓아 간신히 LED 전등 하나를 켤 수 있는 2.4볼트(V) 전압을 구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60사이클짜리 실험실 프로토타입이 6000사이클급 상업용 셀로 진화해 실제 시장에 공급되려면 보통 8년에서 15년 사이의 가혹한 재료 과학 검증과 천문학적인 제조 공정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85년 최초의 리튬이온 배터리 프로토타입이 개발된 후 실제 대중적인 전기차(쉐보레 볼트)가 미국 딜러십에 깔리기까지 32년이 걸렸던 역사와 같은 맥락이다.
美 트럼프 행정부 ‘75억 달러 보조금 중단’ 악재… 장기 주도권 뺏기나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는 진짜 위기는 기술 그 자체보다 양국의 ‘R&D 자금줄 격차’에 있다. 중국 DICP 연구팀이 국가의 전폭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2018년부터 무려 8년간 수소이온 고체 배터리 연구에 매진해 온 반면, 미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에너지부(DOE)가 관할하던 75억 달러(한화 약 11조 원) 이상의 청정에너지 및 장기 주기 소재 연구 보조금 프로그램을 전격 종료(지정학적 일몰)했다.
이로 인해 아르곤 국립연구소, 태평양 북서부 국립연구소, 오크리지 등 미국 내 최고 권위의 연구 기관들과 주요 대학 화학과들은 기초 과학 아이디어를 실제 운영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생명줄 같았던 국가 자금 흐름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에너지 통상 전문가는 “2026년 현재 전기차 소유자들이 당장 2028년형 테슬라나 포드 트럭에 이 수소 배터리가 탑재될 것을 기대할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도 “진짜 두려운 사실은 향후 20년 뒤의 전력망과 에너지 안보 지형을 바꿀 장기 배터리 화학 연구 분야에서, 매년 꾸준히 국가 자금을 밀어 넣으며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는 나라가 이제 더 이상 미국이 아니라는 냉혹한 현실”이라고 미국의 정책적 오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