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대출 규모 50% 이상 급증…최근 1년간 3500억달러 공급
앤스로픽·엔비디아 반도체 금융 확대…칩 담보가치·금리 상승에 수익성 우려
앤스로픽·엔비디아 반도체 금융 확대…칩 담보가치·금리 상승에 수익성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대형 대체투자 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사상 최대인 1140억달러(약 152조9000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50% 넘게 증가한 규모로, 최근 1년간 대출 실적은 3500억달러(약 469조4000억원)를 넘어섰다.
대형 상업은행과 맞먹는 규모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아폴로가 AI 인프라 금융시장의 주요 자금 제공자로 부상하고 있다.
아폴로는 앤스로픽, 엔비디아, 스페이스X, xAI 등 주요 기술업체와 관련된 금융거래에 참여하며 고가의 AI 반도체를 담보로 활용하는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담보자산 가치가 얼마나 유지될지 불확실한 데다 금리 상승과 금융업계의 경쟁 심화가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폴로가 보험사업에서 확보한 자금을 AI 인프라 대출에 적극적으로 투입하면서 대출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3분기 대출 1140억달러…대형 상업은행과 맞먹는 규모
아폴로의 올해 3분기 대출 실적은 114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5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12개월 동안의 대출 실적은 3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전 12개월보다 약 3분의 1 증가한 수준이다.
FT는 이같은 대출 규모는 “HSBC와 씨티그룹 등 글로벌 대형 상업은행과 비교할 만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아폴로는 전통적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기업 인수자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 온 것과 달리 대형 기술업체의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확보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금융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3분기 주요 거래에는 앤스로픽의 AI 반도체 확보를 위한 금융지원과 엔비디아 관련 대규모 인프라 금융사업 등이 포함됐다.
엔비디아는 앞서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 등과 협력해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5000억달러(약 670조6000억원) 이상의 외부 자본을 장기적으로 동원하는 금융 플랫폼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러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전체 사업 구상으로, 아폴로가 엔비디아에 5000억달러를 단독 대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폴로는 AI 산업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대규모 대출을 진행했다.
3분기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송유관망, 독일 제약업체 바이엘,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와 관련된 금융거래에도 참여했다.
◇보험료를 AI 대출 재원으로…반도체가 새로운 담보자산
아폴로가 대규모 대출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험사업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있다.
아폴로는 주로 계열 생명보험사 아테네를 통해 확보한 보험료 수입을 대출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보험계약을 통해 장기간 확보하는 자금을 기업 대출과 자산담보 금융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아폴로는 직접 주선하는 자산담보대출을 통해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보다 0.3~0.4%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 방식은 대규모 장기자금이 필요한 AI 인프라 투자와 맞물리고 있다.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에서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필요로 한다.
아폴로는 고가의 반도체를 담보로 설정하는 금융구조를 통해 해당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AI 반도체를 단순한 기술 장비가 아니라 대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담보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아폴로는 앤스로픽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xAI 등에 관련된 반도체 금융거래에도 참여해 왔다.
FT는 “아폴로가 AI 반도체를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제공하는 데 적극적인 반면 경쟁 금융기관 중 일부는 같은 사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레스는 반도체 담보대출 회피…기술 노후화 위험 경계
AI 반도체를 담보로 활용하는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위험을 평가하는 방식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아폴로와 달리 일부 사모신용 운용사는 반도체의 가치 하락 위험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관련 대출을 피하고 있다.
미국 대체투자 운용사 아레스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아루게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들에게 AI 반도체를 담보로 한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기술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빠르게 하락할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첨단 반도체는 가격이 높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서 기존 반도체의 경제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금융기관에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대형 상업은행도 특정 기술기업에 대한 대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차입이 수조달러 규모로 확대되는 가운데 소수의 대형 기술업체에 대한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이같은 위험을 고려해 추가 대출에 소극적인 금융기관들이 있는 반면 아폴로는 AI 반도체를 담보로 한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리 상승에 1조달러 투자자산 평가손실…보험사업도 둔화
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아폴로의 3분기 전체 실적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금리 상승과 치열한 경쟁으로 일부 사업의 수익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아폴로는 약 1조달러(약 1341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자산 가운데 일부의 평가액을 32억달러(약 4조2900억원) 낮췄다.
금리 상승이 채권과 사모투자 자산의 평가가치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보험사업에서도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감소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신규 계약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아폴로는 보험사업 확대 속도도 조절했다.
3분기 보험사업으로 유입된 신규 자금은 190억달러(약 25조4800억원)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아폴로는 올해 보험사업 신규 자금 유입액이 약 800억달러(약 10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실제 유입액이 예상대로 나타난다면 수년 동안 이어졌던 보험사업의 빠른 성장세가 둔화되는 셈이다.
아폴로는 투자자산 평가액 조정 등을 반영해 3분기 전체 순손실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이 현금 창출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조정 순이익은 13억달러(약 1조7400억원)로 집계됐다.
이 역시 시장 예상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FT는 “투자자산 평가액 변동에 따른 손실은 일시적인 회계상 요인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보험사업 경쟁 심화는 아폴로의 실질적인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AI 인프라 금융 확대 속 담보가치·자금조달 비용이 변수
아폴로의 대출 확대는 AI 산업의 성장에 따라 금융시장의 자금 공급 방식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상업은행이 일부 대형 기술업체에 대한 대출 집중 위험을 경계하는 가운데 사모신용 운용사들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금융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아폴로는 보험사업에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이같은 금융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AI 반도체의 장기적인 담보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경쟁사들의 우려와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FT는 아폴로가 AI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기록적인 대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험사업 성장 둔화와 투자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수익성에서는 엇갈린 성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