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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기설 점검 下] 美·中 메모리 추격 속도…韓, 기술 고도화로 '초격차'

마이크론 '수직 HBM'·CXMT ‘4F² D램'…서로 다른 길로 추격
SK하이닉스 '새 메모리 계층', 삼성전자 '통합 시너지'로 맞불
삼성전자가 반도체대전(SEDEX 2026)에서 전시한 HBM4E 구조 모형. HBM4에 이어 1c D램을 쌓고, 맨 아래에 4나노 파운드리 로직 공정으로 만든 베이스 다이를 적용했다. 사진=유덕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반도체대전(SEDEX 2026)에서 전시한 HBM4E 구조 모형. HBM4에 이어 1c D램을 쌓고, 맨 아래에 4나노 파운드리 로직 공정으로 만든 베이스 다이를 적용했다. 사진=유덕규 기자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앞세워 한국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를 겨냥한 기술 고도화로 격차 굳히기에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차세대 메모리 로드맵을 공개하고 '수직 HBM(vHBM)'을 오는 2028년 내놓겠다고 밝혔다. 수직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칩 위에 메모리를 직접 쌓는 방식이다. 지금의 HBM은 GPU 옆에 나란히 놓이는데, 메모리를 칩 바로 위로 올리면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가 짧아져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은 줄어든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4F² D램으로 추격에 나섰다. 차오칸위 CXMT 총재는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램을 연말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4F²는 D램 셀 하나가 차지하는 면적을 기존(6F²)보다 3분의 1가량 줄인 구조로, 트랜지스터를 세로로 세워 만든다. 미국의 제재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선폭을 줄이는 대신 셀 구조를 바꿔 집적도를 끌어올린 셈이다.

4F²는 국내 업체들도 준비해온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국제 반도체 학회에서 10나노 이하 공정에 4F² 기술을 적용하는 차세대 D램 로드맵을 공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첫 10나노 미만 D램에 4F² 구조를 적용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도 미세화가 가능한 만큼 적용 시점을 다음 세대 공정으로 잡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다음 메모리 계층을 제시했다.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4일 반도체대전(SEDEX 2026) 기조연설에서 연산 칩 위에 D램을 직접 붙이는 ‘3D 적층 D램'을 소개했다. 안 사장은 “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 위에 D램을 바로 올리고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연결하면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직접 이어져 대역폭은 크게 늘고 전력은 줄어든다”면서 "입출력(IO)을 기존 HBM보다 수십 배 늘려 AI 성능 병목을 해결하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라고 말했다. TSV는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전극으로 잇는 기술이다.

낸드플래시를 HBM처럼 쌓은 고대역폭플래시(HBF)도 내세웠다. 안 사장은 "대역폭은 HBM의 절반 수준이지만 용량은 10배 이상 늘릴 수 있다"면서 “AI 추론은 데이터를 읽는 작업이 대부분이어서 낸드의 쓰기 신뢰성 우려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 등과 HBF 표준을 만들고 있으며, 내년 1월 최종 규격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내세운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월 세미콘 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디바이스부터 프로세스, 패키징, 디자인까지 삼성이 시너지를 낸다면 AI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가 HBM4다. 삼성전자는 HBM 맨 아래층에서 메모리를 제어하는 베이스 다이에 파운드리 로직 공정을 적용했다. 송 CTO는 "파운드리의 베이스 다이 로직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고객들과 성능, 폼팩터,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고객사 맞춤형 '커스텀 HBM'도 준비하고 있다. 송 CTO는 "기존 HBM의 입출력 인터페이스 구조를 바꿔 더 좁은 면적에서 더 많은 대역폭을 확보하는 기술을 준비 중"이라면서 "실험 결과 전력 소모를 절반 이상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HBM을 AI 가속기 바로 위에 쌓는 차세대 구조 ‘zHBM’도 공개했다.

업계는 한국 메모리가 HBM에서 앞서 있는 만큼 당장 격차가 뒤집히긴 어렵다고 본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경로로 판을 흔드는 만큼 차세대 구조 전환을 얼마나 빨리 상용화하느냐가 격차 유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안 사장은 "메모리를 단순한 부품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HBM으로 AI 시대를 연 것처럼 새로운 메모리 계층으로 성능과 용량의 병목을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유덕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ude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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