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美 해상 봉쇄로 할인 원유 수입 완전 중단… 대체선 확보 비상
5월 이후 전략 비축유 1억 6,200만 배럴 방출… 12억 배럴 유지 중이나 장기화 한계
페트로차이나·시노펙·CNOOC에 심해·심층 지층 시추 독려… 러시아산 다각화 병행
5월 이후 전략 비축유 1억 6,200만 배럴 방출… 12억 배럴 유지 중이나 장기화 한계
페트로차이나·시노펙·CNOOC에 심해·심층 지층 시추 독려… 러시아산 다각화 병행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수준의 전략 비축유를 헐어 쓰며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국면을 버텨왔으나, 지난 5월 이후 비축 재고가 1억 6,000만 배럴 이상 감소하는 등 완충 여력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면서 외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시추 드라이브에 사활을 거는 양상이다.
10월 27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에 따르면,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 시노펙(중국석유화학), CNOOC(중국해양석유) 등 주요 국영 에너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생산능력 확충과 설비투자 확대, 국가 석유·가스 공급 기지 건설을 대대적으로 가속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이번 지침은 지난 10월 21일 관계 부처와 국영 기업 수뇌부 합동회의 직후 공식화된 것으로, 원유 생산의 안정적 증산과 함께 급증하는 전력·산업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천연가스 생산의 급격한 확대를 골자로 한다.
'방패막' 비축유 1억 6,200만 배럴 소진… 9월 하루 53만 배럴 부족분 메워
중국은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당시 13억~1,400만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상업 및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하자 중국 정유사들은 값비싼 수입 원유 입찰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미리 사둔 저가 비축유를 적극 방출해 위기를 방어해 왔다. 실제로 지난 6월 중국의 일일 원유 수입량은 2025년 평균 대비 약 440만 배럴이나 급감하며 글로벌 수급난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비축유를 통한 방어 전략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중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정유사들의 일일 원유 처리량은 약 1,399만 배럴에 달했으나, 국내 생산(443만 배럴)과 수입량(903만 배럴)을 합쳐도 하루 약 53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비축 재고를 추가 인출했으며, 이는 최근 5개월 중 네 번째 재고 방출이었다.
글로벌 에너지 데이터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10월 19일 기준 중국의 육상 원유 재고량은 약 11억 9,200만 배럴로 집계됐다. 5월 초 고점 대비 약 1억 6,200만 배럴 감소한 수치다. 여전히 약 12억 배럴에 달하는 완충 자산이 남아 있지만,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가 에너지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美 해상 봉쇄에 '이란산 공급선' 단절… 러시아서 대체 물량 모색
국내 증산을 서두르는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은 '이란산 원유의 완전한 증발'이다.
미국 정부의 강화된 해상 봉쇄 조치로 인해 그림자 선단과 해상 환적을 통해 중국 소규모 독립 정유업체(티팟)로 흘러들어가던 이란산 원유 수송망이 완전히 마비됐다. 에너지 원자재 분석업체 케플러(Kpler)는 10월 초 중국으로 인도 가능한 해상 저장 이란 원유 재고가 100만 배럴 미만으로 급감한 뒤 사실상 전량 고갈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국제 시세 대비 대폭 할인된 이란산 원유로 정제 마진을 지켜왔던 중국 정유사들은 이제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비싼 웃돈과 막대한 해상 운임을 주고 대체 원유를 사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베이징 당국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0월 21일 양국 석유 기업들의 협력을 전폭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파이프라인과 유조선을 통해 할인된 러시아산 우랄유를 추가 조달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러시아 역시 자체 감산과 송유관 인프라 용량 한계, 서방의 금융 제재에 직면해 있어 단기간에 공급을 비약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손쉬운 유전 없다"… 심해·심층 지층 시추 난제와 높은 채굴 비용 직면
결국, 중국의 시선은 국토 내부로 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약 2억 1,600만 톤의 원유를 자체 생산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천연가스 생산량도 2,600억㎥를 돌파하며 9년 연속 연간 100억㎥ 이상의 증산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9월 한 달만 해도 국내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원유를 해외에서 사와야 했을 정도로 구조적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추가 증산 역시 험난한 과제다. 이미 육상 노후 유전의 자연 감산율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신규 시추 프로젝트는 심해 해양 플랫폼, 지하 수천 미터에 달하는 심층 지층, 셰일 등 비전통 에너지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첨단 자원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자본과 특수 장비, 최소 수년 이상의 장기 탐사 기간이 소요되며 배럴당 채굴 원가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게 된다.
국제 원자재 및 에너지 전문가들은 "평상시 순수 상업적 관점에서는 수입산보다 채산성이 떨어지던 고비용 심해·비전통 시추 프로젝트들이,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와 해상 봉쇄라는 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적 필수 사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비축유 방출에 이어 자체 증산 총력전에 돌입함에 따라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급 불확실성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