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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권자 69% "트럼프 정부 부패 우려"…공화당 지지층도 흔들

FT 여론조사서 2024년 트럼프 투표자도 절반 가까이 우려 표명
생활비 부담과 이해충돌 논란 맞물려…54% "고물가 책임은 트럼프·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이오와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이오와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등록 유권자의 약 70%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와 사익 추구, 이해충돌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도 절반 가까이가 우려를 나타내면서 공화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불만이 드러났다.

미국 유권자들은 부패 논란을 단순한 정치 윤리 문제가 아니라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연결해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행정부나 공화당 소속 연방의원들에게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답했으며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와 공동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등록 유권자의 69%가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사익 추구·이해충돌 문제를 우려한다고 답했다고 FT가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6~18일 미국 등록 유권자 164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트럼프 투표자도 절반 가까이 부패·이해충돌 우려


FT 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부패와 사익 추구 또는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거나 '다소 우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 가운데서도 절반 가까이가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전체 등록 유권자의 약 절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부패 문제가 이전 행정부들보다 더욱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정치 윤리 관련 우려가 야당 지지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해당 수치는 유권자들이 부패와 이해충돌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우려 자체가 특정 부패 행위의 법적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FT는 “중간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부패 문제가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를 자신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올라 있는 선거처럼 여기라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해 왔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공화당 후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생활비 부담과 부패 논란 연결…54% "고물가 책임은 여당"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이 부패 문제와 생활비 부담을 밀접하게 연결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응답자의 약 54%는 현재 미국의 높은 물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주체로 트럼프 행정부 또는 의회 공화당을 지목했다.

40%가 넘는 응답자는 물가 상승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자신의 경제적 형편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4분의 1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식료품이나 의료비 등 필수 지출을 줄여야 했다고 답했다.

미국 뉴욕대 브레넌사법센터에서 정치자금과 정부 윤리 문제를 연구하는 대니얼 와이너는 “많은 미국인이 부패와 생활비 부담을 연결해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패 문제가 생활비 부담에 이어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진단했다.

와이너가 인용한 브레넌센터의 앞선 조사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을 포함해 전체 응답자의 90% 이상이 정치권과 정부의 부패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너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정치·경제 체제가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운영된다는 인식과 그에 따른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트럼프 일가 가상자산 사업도 논란…백악관 "이해충돌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의 사업 활동도 이번 부패 논란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 구성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여러 가상자산 사업에서 최소 10억달러(약 1조3223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일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부 기업 후원자들은 정부 정책 변경으로 혜택을 받았으며 정부 계약을 따낸 기업들도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회사가 투자한 기업들도 포함됐다.

FT는 이같은 사업 활동과 정부 정책 사이의 관계가 이해충돌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 운영에 이해충돌이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전반의 사기 행위와 전면전을 벌이며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납세자의 돈을 수십억달러 절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의 낭비와 사기,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해충돌은 없으며 오직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잉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사업에 대한 수년간의 허위 주장과 비난에도 미국인들이 압도적인 지지로 그를 재선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란 전쟁에 경유 가격 70% 급등…생활비 압박 가중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을 키우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은 약 8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조기에 끝날 조짐도 뚜렷하지 않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미국 내 연료가격도 크게 올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6.32달러(약 8357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높은 연료가격은 미국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제러미 네이 교수는 “유권자들이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수익 관련 보도를 접하는 동시에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 방문을 미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정치·경제 체제가 자신들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 교수는 경제적 고통이 공평하게 분담된다고 믿는다면 유권자들이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감내할 수 있지만 부담이 한쪽에만 집중된다고 인식하면 불만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중간선거 앞둔 공화당, 경제 불만에 윤리 논란까지 부담


미국 중간선거는 다음달 3일 실시된다.

공화당은 의회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관세정책, 이란 전쟁의 경제적 영향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FT 조사에서 나타난 부패와 이해충돌에 대한 우려는 단순히 물가 대응 능력에 대한 평가를 넘어 행정부 운영 방식에 대한 불신과도 연결돼 있다.

2024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부패 문제를 우려한다는 점은 공화당이 주목해야 할 조사 결과로 제시됐다.

다만 부패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곧바로 민주당 후보에 대한 투표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FT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생활비와 부패 논란이 맞물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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