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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데이터 강탈 막는다"… 中, 해외 투자 규정 9년 만에 전면 개정

국가발전개혁위(NDRC), 12월 1일부터 신규 76개 조항 시행… 2017년 규정 대체
해외서 '기술 이전·지분 처분' 요구받을 시 보고 의무화… 외교 연계 프로젝트 사전 심사 강화
투자 주체에 '개인' 명시해 제도권 편입…美 틱톡 강제 매각·네덜란드 넥스페리아 개입 맞불
중국국기 사이에 노동자 축소형이 배치되어 있고, 반도체 칩이 장착된 인쇄 회로 기판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국기 사이에 노동자 축소형이 배치되어 있고, 반도체 칩이 장착된 인쇄 회로 기판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대중국 투자 검증 및 경제안보 규제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되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과 개인의 해외 자산 및 핵심 기술 유출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 투자 규정 전면 개정에 나섰다.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 정부로부터 기술·데이터 이전이나 강제 지분 매각을 요구받을 경우, 중국 당국에 즉각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국가 차원의 법적 방어막을 구축해 자국 자본의 권익을 적극 수호하겠다는 구상이다.

10월 24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거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대외 투자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한 신규 '기업 해외 투자 관리 방법'을 공식 발표했다.

총 76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번 개정안은 오는 12월 1일부터 공식 시행되며, 지난 2017년에 제정되었던 기존 규정을 9년 만에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차별적 조치·지분 처분 강요 좌시 않겠다"… '중대 불리 사건' 보고제 신설


NDRC는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수년간 일부 국가와 지역이 차별적인 조치를 취하며 중국 투자자들에게 핵심 기술이나 민감 데이터를 넘기도록 강요하거나, 강제로 지분과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도록 압박해 중국의 국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틱톡(TikTok)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상대로 미국 사업권 강제 매각을 추진하고, 네덜란드 정부와 사법당국이 윙텍(Wingtech) 소유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 경영권에 개입한 사례 등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개정 규정은 투자 대상국에서 발생하는 '중대 불리 사건'에 대한 의무 보고 시스템을 대폭 정교화했다. 중국 투자자는 현지에서 정치적 급변, 자산 동결, 기술 탈취, 지분 매각 압박에 직면할 경우 이를 당국에 즉시 보고해야 하며, 연례 아웃바운드 투자 보고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아울러 페이퍼컴퍼니 등 역외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한 우회 재투자에 대한 감시망을 촘촘히 하는 한편, 규모가 막대하거나 양국 외교 관계에 파장을 줄 수 있는 전략적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당국 보고를 거치도록 했다.

3.4조 달러로 팽창한 해외 자산… 리스크 관리 역량 '시험대'


중국 정부가 통제의 고삐를 죄는 까닭은 해외 자산 규모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팽창했기 때문이다.

NDRC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해외 직접투자(ODI) 유입액은 2017년 1,583억 달러에서 2025년 2,136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해외 투자 자산 잔액(스톡)은 1조 8,000억 달러에서 3조 4,000억 달러(약 4,500조 원)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23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9년 연속 글로벌 대외 투자 상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2026년 1~9월 누적 해외 직접투자액만 1,286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NDRC 측은 "일부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격변과 불안정한 현지 정책 변동성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평가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 차원의 조기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범위에 '개인' 첫 명시… 합법적 송금 채널은 보장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중대한 변화는 투자 주체의 정의를 기존의 '국내 기업 및 조직'에서 '개인(자연인)'으로 전격 확대했다는 점이다.

중국 최대 로펌인 킹앤우드 말레슨스(King &Wood Mallesons)는 "그동안 중국 개인의 해외 투자는 단편적인 외환관리국(SAFE) 규제에 묶여 회색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해외 자산 취득이나 스타트업 투자 등을 희망하는 개인 거주자들에게 보다 명확하고 제도화된 법적 경로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본 유출을 억제하는 조치 속에서도 기존 금융투자 채널의 연속성은 보장된다. QDII(적격국내기관투자자), 후강통·선강통(Stock Connect), 웨강아오 대만구 크로스보더 자산관리통(Wealth Management Connect) 등 기존 공인 채널을 통한 해외 주식·채권 매매는 별도의 사전 승인이나 보고 의무 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국제 금융과 통상 전문가들은 "서방의 디리스킹(위험 완화)에 맞서 중국 역시 자국 자본과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경제안보 방어선'을 법제화한 것"이라며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이제 주재국의 규제뿐만 아니라 본국 당국의 까다로운 안보 보고 지침까지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복합적 규제 환경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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