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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늘어도 100달러…비축유·운임이 유가 떠받쳐

美 전략비축유 1982년 이후 최저…걸프~동아시아 운송비 배럴당 34달러로 급등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페르시아만에서 흘러나오는 원유가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약 13만6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공급 흐름은 회복됐지만 전쟁 재개 우려와 고갈돼 가는 비축유, 중국의 원유 구매 증가, 급등한 해상운임이 가격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유 공급량만 놓고 보면 유가가 낮아져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온 각국의 비축유가 크게 줄면서 공급망이 이전보다 취약해졌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유가의 대표적인 기준인 브렌트유는 9월 30일 배럴당 98달러(약 13만4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원유 수출량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6~8월의 평균 선물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당장 원유를 확보하려는 구매자가 치르는 가격은 훨씬 비싸다. 원자재 가격평가기관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선박에 즉시 선적할 수 있는 현물시장의 원유 가격은 배럴당 약 121달러(약 16만5000원)에 달한다. 여기에 급등한 운송비까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 공급 늘었지만 '안전판' 줄었다


NYT는 이 같은 현상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전쟁에 대한 시장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장기적인 평화협정이 조만간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고 군사적 충돌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공급 증가만으로 유가를 끌어내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파이프 아거스미디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유 흐름은 늘었지만 정치권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석유업계가 위험을 감수하고 수송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이 지난 7개월 동안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비축유를 대거 방출한 것도 시장의 취약성을 높였다.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략비축유에서 1억3000만배럴 이상을 방출했다. 그 결과 정부 비축량은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축유는 평상시 공급 차질을 메우는 완충장치다. 그러나 재고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페르시아만 에너지 시설이 다시 공격받거나 해상 운송이 더 위험해질 경우 정부가 시장에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도 이전보다 제한적이다.

제이슨 게이블먼 TD코웬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원유 흐름 자체는 늘었지만 석유업계 전체가 과거보다 훨씬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 중국 다시 원유시장으로…수요 압력 커져

중국의 원유 구매 회복도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전쟁 초기 수입을 크게 줄여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 다시 원유 구매를 늘리고 있다.

S&P글로벌에너지에 따르면 9월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에 선적된 원유 물량은 5월보다 약 30% 증가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러시아산과 이란산 원유 구매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다른 산지의 원유를 더 많이 사들이면서 국제시장에서 물량 확보 경쟁이 커지고 있다.

공급 회복과 동시에 수요 측 압력이 다시 높아진 셈이다.

◇ 걸프~동아시아 운송비 11배 이상 급등


해상운임 급등도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서 동아시아까지 원유를 수송하는 비용은 배럴당 약 34달러(약 4만6000원)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 1월 평균 배럴당 3달러(약 4100원)와 비교하면 11배 이상으로 뛰었다.

원유 수입업체는 원유 가격과 별도로 이 운송비를 부담해야 한다. 중동산 원유를 나르는 유조선 운임 급등은 다른 항로의 유조선 운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원유 수송량이 늘어난 것만으로는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이 크게 낮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경유 평균 가격은 9월 30일 갤런당 6.41달러(약 8700원)로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7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원유 가격 상승률은 약 35%였다.

원유 자체의 가격 상승보다 수송과 정제 등 공급망 비용이 훨씬 빠르게 늘면서 최종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폭을 키운 것이다.

결국 페르시아만의 원유 수출 회복만으로 국제유가 안정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NYT는 비축유 감소로 세계 석유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이 약해진 가운데 전쟁 재개 위험과 중국의 수요 회복, 기록적인 해상운임이 유가를 높은 수준에 묶어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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