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조달망·사이버·원유수출망 집중 겨냥
일부 송금·문화교류 예외도 중단…대상국·시행시점은 공개 안 해
일부 송금·문화교류 예외도 중단…대상국·시행시점은 공개 안 해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이란에 대한 새로운 경제 제재를 내놓으면서 약 60개의 단체·개인·선박과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 5척을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해외 조달망과 사이버 조직, 원유 수출망을 동시에 겨냥하고 기존에 허용했던 일부 송금과 문화·학술 교류까지 제한했다.
그러나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제재 수단 일부는 이번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 어느 국가와 기관을 추가 제재할지, 제재를 언제부터 적용할지도 밝히지 않아 향후 압박 수위를 더 높일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새로운 대이란 경제 압박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이번 제재에 실제로 무엇이 포함됐는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사이버 활동, 원유 수출을 지원한다고 판단한 단체와 개인, 선박 약 60개를 새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핵·미사일 조달망 20여곳 제재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이 우선 겨냥한 곳은 이란의 핵 연구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네트워크다.
미 재무부는 중동과 아시아에서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재정적·물류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판단한 단체와 개인 20여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민간과 군사 목적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제품을 제재 대상인 이란 기술연구기관에 공급했다고 판단한 중국 소재 기업도 포함됐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미국은 이란이 해외 기업과 중개인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확보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데 이번 조치의 초점을 맞췄다.
◇원유 '그림자 선단' 유조선 5척 추가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망도 집중적인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송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한 선박 중개업체와 연료 공급업체, 금융 중개업자 등을 새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홍콩 등에 기반을 둔 개인과 기업도 대상에 올랐다.
특히 이란산 원유 운송에 사용된 유조선 5척을 이른바 '그림자 선단'의 일부로 지목하고 동결 대상 자산으로 지정했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 소유권이나 등록국, 운항정보 등을 복잡하게 바꾸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들을 가리킨다.
미국은 선박 자체뿐 아니라 운송과 보험, 금융거래에 관여하는 해외 중개망까지 차단해 이란이 원유를 판매한 뒤 대금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사이버 조직도 제재 확대
이란의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과 조직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미국은 기존 제재 대상 가운데 사이버 범죄나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일부 인물에 대해 제재 범위를 확대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이 원유와 금융거래에 그치지 않고 기술·사이버 분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새 제재 체계에서는 가상자산 등 디지털 자산, 첨단기술, 금, 항공, 해운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도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은 실제 어느 국가나 기업을 우선적으로 제재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송금·문화·학술교류 예외도 중단
이번 조치에는 기존 제재의 예외를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OFAC는 이란으로의 일부 송금을 허용했던 기존 면허 가운데 여러 건의 효력을 중단했다.
이란이 미국의 문화·학술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던 일부 면허도 정지시켰다.
새로운 거래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에 허용했던 경제·사회적 교류의 범위까지 축소한 것이다.
미국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이란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금융·경제 통로를 단계적으로 좁혀가고 있다.
◇'최강 카드'와 대상국은 아직 비공개
그러나 이번 발표가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제재 수단을 동원한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미국이 이란에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일부 제재에는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의 제재 회피와 자금세탁을 돕는 외국 기관이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국가들에는 이란과의 경제활동을 중단할 시간을 주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어느 국가가 실제 제재 대상이 될지와 거래 중단 시한은 공개하지 않았다. 제재 위반 시 언제부터 추가 조치를 시행할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한 2차 제재의 범위는 크게 넓어졌지만 실제 집행 강도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느 국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거나 이란의 해외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국가의 기업과 은행을 미국 금융망에서 실제로 차단할지가 향후 제재 효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조치는 이란의 핵·미사일 조달망과 사이버 활동, 원유 수출망을 구체적으로 겨냥하면서 압박 범위를 넓혔다.
동시에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 일부와 실제 제재 대상국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의 대응에 따라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여지도 남겨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