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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경쟁은 장비 확보부터…삼성·SK하이닉스, 2027년 물량 선점

7월 반도체 수출 179% 급증…6월 장비 수입도 41.3% 늘어
ASML 첨단 EUV 2027년까지 예약…“과잉투자보다 점유율 하락 우려 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내부 구조. AI 메모리 수요 확대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장비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ASML이미지 확대보기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내부 구조. AI 메모리 수요 확대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장비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ASML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핵심 반도체 장비 확보전으로 번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첨단 D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핵심 설비의 공급 일정이 2027년까지 차면서 장비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향후 생산능력과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9% 증가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가격과 수요가 함께 상승한 영향이다. 앞서 6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도 2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41.3% 늘었다. 메모리 호황이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장비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장비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첨단 EUV 장비는 2027년 말까지 공급 물량이 사실상 대부분 예약된 상태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첨단 EUV 장비의 수요가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일부 장비 가격을 추가로 올릴 여력도 있다고 밝혔다. ASML은 내년 저개구수(로우NA) EUV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30% 확대할 계획이다.

EUV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선단 공정의 핵심 장비다. HBM4와 차세대 D램 생산이 늘어날수록 최선단 D램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장비 주문부터 실제 반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필요한 시점에 주문하는 방식으로는 생산능력 확대 일정에 맞추기 어려워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대규모 장비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3월 ASML과 11조9500억원 규모의 EUV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장비는 2027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며 공개된 ASML 단일 고객 주문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약 30대의 EUV 장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HBM과 첨단 D램 생산능력 확대에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HBM4 공급 확대를 위해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HBM4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최대 수준의 D램 생산능력과 기존에 확보한 클린룸을 활용해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되는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도 향후 HBM 생산 핵심 거점으로 활용한다.

메모리 업체들이 장비 확보 시점을 앞당기는 배경에는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수요 전망이 빗나갈 경우 고가 장비가 유휴설비로 남아 감가상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선제 투자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현재는 과잉투자 위험보다 필요한 생산능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고객 물량과 시장 점유율을 놓칠 가능성을 더 경계하는 분위기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쇼티지(부족)가 올해보다 내년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사들의 장비 선발주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전환할 우려보다 향후 점유율이 축소될 우려가 더 크기 때문에 장비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구속력 높은 장기공급계약(LTA)이 많이 체결돼 수요가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며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환경에서는 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고객사와의 관계나 실적 측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AI 메모리 경쟁의 무게중심도 제품 개발을 넘어 생산능력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HBM4와 차세대 D램의 성능 경쟁과 함께 필요한 장비를 먼저 확보해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얼마나 빠르게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느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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