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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럽 車 부품사 130곳 인수…공급망 깊숙이

독일·프랑스 중심으로 현지 업체 잇단 확보
소규모 M&A로 규제망 피해 ‘Made in EU’ 확대
중국의 유럽 주요국 대상 FDI 완료 거래액 추이. 사진=로디움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유럽 주요국 대상 FDI 완료 거래액 추이. 사진=로디움
중국 기업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 130곳 이상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며 유럽 자동차 공급망 깊숙이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수출 확대가 주목받는 사이 부품 분야에서는 현지 기업 인수와 합작투자, 직접 공장 건설을 통해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꾸준히 확대돼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설팅업체 로디움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 130곳 이상에 투자했으며 상당수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핵심 자동차 생산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유럽 자동차산업 진출은 초기에는 해외 기업을 인수해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는 중국 정부의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전략에 힘입어 본격화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기업의 유럽 투자는 2010년대 중반 정점을 찍었다. 대표적인 대형 거래로는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꼽힌다. 이후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 규제와 유럽의 무역장벽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 소규모 인수로 규제 피해 유럽 공급망 진입


최근 중국 기업의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 인수 가운데 상당수는 1억유로(약 1600억원) 미만이다.

대규모 인수보다 작은 규모의 거래를 반복하면서 각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투자 심사를 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로디움의 아르망 메이어 선임 연구원은 “소규모 인수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유럽 정책당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정보업체 사야리가 독일 내 중국계 자동차 자산을 조사한 결과 소유구조도 단순하지 않았다. 중국이 지배하는 독일 자동차 관련 자산 가운데 약 80%가 최소 하나 이상의 역외 중간회사를 거치거나 독일 현지 이름을 사용하는 지주회사를 통해 보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야리는 독일에서만 23개 중국 기업집단이 첨단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인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상에는 고급 엔진용 개스킷, 자율주행 시스템, 무선통신 안테나 등을 생산하는 기업도 포함됐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중국 기업이 핵심 부품사의 소유권을 확보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위험도 점검하고 있다. 한 유럽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계가 소유한 유럽 부품업체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 EU 규제 강화·부품사 경영난이 中 인수 기회로


EU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장벽을 높이면서 중국 기업들의 유럽 현지 투자가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EU는 2024년 중국 전기차 업체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거쳐 기존 자동차 수입관세 10%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유럽산 부품과 현지 노동력 사용을 늘리도록 하는 현지조달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중국 기업들에 유럽 부품업체를 직접 인수할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한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은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유럽 회사를 인수하면 생산시설을 처음부터 건설하지 않고도 빠르게 현지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Made in EU'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EU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기업들이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수출 확대, 현지 기업 지분 취득, 합작법인 설립, EU 및 주변국 공장 건설이라는 네 가지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영난도 중국 기업의 인수를 쉽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유럽 자동차 부품업계는 약 170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지만 보쉬, 발레오, 포비아 등을 포함한 업계에서 최근 2년간 1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전기차 전환 비용과 자동차 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자금난에 빠지는 업체도 늘고 있다.

중국 전자부품업체 럭스쉐어가 지난해 독일 자동차 케이블업체 레오니를 5억2500만유로(약 8600억원)에 인수한 거래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 거래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반대가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레오니의 유럽 고객사들은 중국 기업의 빠른 제품개발 방식과 기술을 배우는 데 관심을 보였다고 클라우스 린너베르거 레오니 최고경영자(CEO)는 설명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레오니의 기존 고객망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이미 거래하는 부품기업을 인수하면 신규 고객을 처음부터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현지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옌펑·CATL 앞세워 유럽 공급망 영향력 확대


중국 부품업체 가운데 가장 앞서 세계 공급망에 진입한 기업으로는 상하이자동차(SAIC) 계열의 옌펑이 꼽힌다.

옌펑은 1994년 포드와 중국에서 합작사업을 시작한 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며 해외사업 경험을 쌓았다. 이후 미국 존슨컨트롤스와 75억달러(약 10조6000억원) 규모 자동차 내장재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현재 해당 사업을 소유하고 있다.

옌펑은 좌석과 스티어링휠을 비롯한 다양한 부품을 공급하며 유럽 자동차 공급망에 자리 잡았다. 중국 시장에서 서방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가 약해진 뒤에는 BYD 등 중국 업체들로 고객 기반도 확대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규모를 키운 중국 부품기업은 CATL과 옌펑 등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 기업 상당수는 낮은 수익성과 현지 기술인력 확보 등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그러나 유럽 자동차산업이 경영난을 겪는 동안 중국 업체들이 인수와 합작, 직접투자를 통해 현지 공급망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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