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美, 28년 만에 엔화 매입…美·日 공동 방어전 돌입

뉴욕 연은, 재무부 대신 유로 매도해 엔화 사들여…일본도 77조원대 개입 추정, 금리 인상이 효과 지속성 좌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 재무부가 엔화 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28년 만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일본 당국도 하루 앞서 엔화 매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면서 미국과 일본이 약 30년 만에 엔화 방어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1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를 대행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전날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했다.

이번 거래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이뤄졌다고 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거래에 앞서 월가의 여러 은행에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한 시장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 뉴욕 연은, 유로 팔아 엔화 매입


FT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국 재무부가 뉴욕 연은을 통해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사들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뉴욕 연은은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도 미국 재무부를 대신해 외환거래 은행들에 현재 엔·달러 환율을 문의하는 환율 점검을 실시했다. 환율 점검은 외환당국이 실제 시장 개입을 앞두고 거래 여건과 환율 수준을 확인하는 절차로 받아들여진다.

뉴욕 연은은 올해 1월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지만 당시에는 실제 엔화 매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엔화는 지난 23일 달러 대비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재정부양책에 필요한 재원을 둘러싼 불안이 겹치면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달러당 164엔에 근접했다.

미국과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엔화는 6거래일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화 가치는 30일 엔화 대비 약 4% 떨어졌으며 31일에도 1.9% 하락해 1달러당 157.57엔을 기록했다.

◇ 미국의 엔화 부양 개입은 1998년 이후 처음


미국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엔화를 직접 매입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국은 엔화가 8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일본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매입을 통해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친 것도 그 이후 약 28년 만이다.
미국은 2011년에도 일본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당시에는 방향이 반대였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에 참여해 엔화를 매도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당국도 30일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식 자료와 외환중개업체 추산을 분석한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의 개입 규모가 약 8조4500억엔(약 77조5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4월과 5월에도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해 총 11조7000억엔(약 107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규모 개입 이후에도 엔화 약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시장 개입만으로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단순한 구두 지원을 넘어서는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과 미국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이달 중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오랜 친구인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긴밀한 관계와 정책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일본은행 금리 인상이 개입 효과 좌우


일본은행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1%로 지난달 31일 동결했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에 접근하면서 물가의 상방 위험을 이전보다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물가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필요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금리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약 40%로 반영했다. 이는 주 초의 30%에서 높아진 수준이다.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59엔 아래로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일본 재무성이 다시 개입했다는 추측이 확산됐다.

FT는 “미국이 일본의 엔화 방어를 지원할 의사를 드러내면서 엔·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다시 164엔까지 오를 가능성은 작아졌다는 시장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추가 개입 가능성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에 신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강세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앞으로 수개월 안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아시아 은행 고객들은 미국과 일본 당국의 개입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1달러당 162엔 안팎을 목표로 엔화 매도 포지션을 다시 구축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