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지정학적 위기 속 자원 가격 급등과 무역 적자 우려로 '유사시 엔화 매수' 공식 깨져
해외 재보험료 지급 급증, 디지털 적자 등 구조적 요인 겹치며 현금흐름 기준 경상수지 적자 심화
과거 든든한 버팀목이던 대외순자산도 직접투자 위주로 재편되며 자본의 본국 회귀 효과 상실
해외 재보험료 지급 급증, 디지털 적자 등 구조적 요인 겹치며 현금흐름 기준 경상수지 적자 심화
과거 든든한 버팀목이던 대외순자산도 직접투자 위주로 재편되며 자본의 본국 회귀 효과 상실
이미지 확대보기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안전 자산으로 각광받던 일본 엔화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과거 위기 발생 시 어김없이 나타나던 '유사시 엔화 매수' 공식이 깨지고, 오히려 자원 가격 급등과 무역 수지 악화 우려가 맞물리며 '유사시 엔화 매도'라는 새로운 구조적 트렌드가 외환시장에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착시 걷어낸 외환시장과 엔화 매도의 역학
1일 현지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라카마 다이스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장 분석 기고문을 통해, 2026년 반환점을 돈 현재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62엔을 돌파하며 끝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현상을 분석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 2월 말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 이후 4개월간 엔화 가치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자원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서구권 중앙은행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까지 겹치며 엔화 매도세에 불을 붙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유가 보조금 정책 등으로 가려진 표면적인 물가 안정을 꿰뚫어 보고, 구조적인 엔화 매도에 나서고 있다. 과거 4년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지정학적 위험 앞에서 더 이상 엔화는 안전 자산이 아니라는 의미다.
재보험료부터 디지털 적자까지 새는 외화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은 단순히 자원 수입에 따른 무역 적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 수지와 제2차 소득수지에서도 지정학적 위기와 적자 확대의 인과관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분쟁 위험으로 해상 운송의 안전성이 위협받으면서, 일본 해운 및 에너지 기업들이 해외 재보험사에 지불해야 하는 재보험료 단가가 치솟고 있다. 아울러 항공유 할증료 인상으로 인한 여행 비용 증가는 일본의 핵심 외화 획득 창구인 방일 관광(인바운드) 수요를 억누르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간 7조 엔(약 60조 원)에 달하는 '디지털 적자'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해외 클라우드 등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지불은 자원 수입과 마찬가지로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아, 환율이 오르는 만큼 고스란히 적자 규모를 키우게 된다. 서류상으로는 해외 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 수익 덕분에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금흐름(CF) 기준으로 환산하면 막대한 적자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대외순자산의 배신과 굳어지는 약세 구조
과거 일본의 막대한 대외순자산은 위기 시 해외 자본이 본국으로 회귀할 것이란 기대감을 낳으며 엔화 강세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외순자산은 현금화가 쉬운 증권 투자에서 단기간에 자본 회수가 어려운 해외 직접투자(FDI) 중심으로 질적 구조가 완전히 변모했다. 오히려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는 '국경 밖의 막대한 자산'이 보전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짐으로 전락할 수 있다.
카라카마 이코노미스트는 "선물 시장 등에서 투기적인 엔화 매도 포지션이 과도하게 쌓여 있어 기술적인 일시적 매수세(숏커버링)가 나타날 수는 있다"면서도 "유사시 엔화 매수를 기대하기보다 매도를 정당화하는 구조적 재료가 훨씬 풍부한 만큼, 엔화 강세 전환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