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합의 수준 겨우 회복, 이란엔 오히려 협상 주도권
브렌트유 77달러대 안착… 루비오, 23일 걸프 순방 돌입
브렌트유 77달러대 안착… 루비오, 23일 걸프 순방 돌입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이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회담에서 60일 로드맵을 도출했지만, 핵농축 동결과 우라늄 처리 등 핵심 의제는 전혀 건드리지 못한 채 기술 협상팀만 남긴 상황이다.
3일 만에 얻은 성과가 '오바마 시대 수준의 현상 복귀'에 그친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루비오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쿠웨이트·바레인 3개국 걸프 순방에 나서며 이란 전후 중동 외교전을 이어 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 CNN, ABC뉴스, 폭스뉴스가 22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밴스 떠난 뷔르겐슈토크, 기술팀 협상 계속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스위스 엠멘 군사공항에서 에어포스2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지난 36시간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협상 결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자국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이를 "미국 국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성과이자 이란의 핵무장을 영구 차단하는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관영 이란공화국통신(IRNA)을 통해 "IAEA와의 협력은 기존 세이프가드 협정과 이란 의회 결의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새로운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IRNA는 "양측이 18시간의 협의에서 핵 문제를 전혀 협상하지 않았으며 이란은 어떠한 새 의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핵사찰 문제에서 미국과 이란의 공식 입장이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기술 협상은 이번 주 내내 뷔르겐슈토크에서 계속된다. 중재국 파키스탄·카타르의 공동 성명에 따르면 핵 감시, 제재, 분쟁 해결 절차를 주제로 한 실무 협상 그룹이 60일 로드맵 이행을 본격 추진한다.
IAEA 복귀도 '말 따로 행동 따로'… "행동으로 증명해야"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핵합의(JCPOA)에 이미 포함돼 있던 사찰 체계를 트럼프 1기가 폐기한 이후 이란은 사찰을 전면 중단해 왔다.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의 폴 머스그레이브 정치학 부교수는 알자지라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합의를 협상력의 결실로 포장하겠지만, 외부 시각에서 보면 이란에 상당한 협상 주도권을 넘겨준 채 전쟁 전 현상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이란 특사 출신 로버트 맬리도 CNN에 "오바마 때의 틀로 되돌아온 것"이라며 "경제적 인센티브와 핵 이행을 맞교환하는 구도는 결국 트럼프가 1기 때 부정했던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재 60일 유예·호르무즈 재개방…에너지 시장은 안도
협상 병행으로 미 재무부는 22일(현지시각) 8월 21일 새벽 0시 1분까지 이란산 원유·석유화학 제품 판매를 허용하는 60일 일반 면허를 발효시켰다.
이란이 이를 "제재 해제, 봉쇄 완화, 일부 동결 자산 해제, 이란 재건·개발 계획 착수"라고 평가한 반면, 밴스는 미국과 카타르가 해제 자산의 사용처를 공동 관리하며 미국산 옥수수·대두·밀 구매에 쓰이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는 협상 진전 소식에 즉각 하락했다. 22일(현지시각) 런던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은 전장보다 2.67달러(3.31%) 내린 배럴당 77.90달러(약 11만 9833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트럼프의 이란 재공격 발언에 82.3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협상 진전 소식에 다시 내려앉은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전략비축유(SPR)는 905만 배럴 감소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주간 감소폭을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22일(현지시각) 유조선 2척이 약 200만 배럴을 싣고 통과하며 물동량 회복 조짐을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전쟁으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하루 1400만 배럴의 공급이 차질을 빚어온 것으로 추산한다.
레바논 '디컨플릭션 셀', 이스라엘 빠진 채 시험대
합의문에는 레바논 내 전투 종식을 위한 '디컨플릭션 셀(충돌 방지 협의체)' 설치도 포함됐다. 미국·이란·카타르·파키스탄·레바논이 참여하지만 실제 교전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명단에 없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이를 "레바논 전쟁 종식의 첫 번째 실질 시험"이라고 평가했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대변인 데이비드 멘서는 "이스라엘은 이번 MOU나 이란과의 협상 어느 쪽 당사자도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각) UAE를 시작으로 쿠웨이트·바레인을 순방한다. 국무부는 그가 현지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과 지역 안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별도 협상은 23~25일 워싱턴에서 진행된다.
기술 협상단이 주도하는 60일 레이스의 핵심 의제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농축 중단 범위다. 미국은 이란에 20년간 농축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우라늄 농축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양측의 출발점 차이가 여전한 만큼 오는 8월 21일 최종 합의 시한까지 협상 전선은 계속 요동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