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재무부·개혁위 공동성명… 서비스·금융·의료 부문 빗장 대폭 해제
‘국가 대우’ 전면 시행 선언, 정부 조달·입찰서 외국계 기업 차별 자동 철폐
올해 상반기 외자 유입액 2,876억 위안에 그쳐… 미국향 FDI만 24% 반등 역설
‘국가 대우’ 전면 시행 선언, 정부 조달·입찰서 외국계 기업 차별 자동 철폐
올해 상반기 외자 유입액 2,876억 위안에 그쳐… 미국향 FDI만 24% 반등 역설
이미지 확대보기가혹한 관세 전쟁(미 USTR의 강제노동 규제 관세 발표) 속에서도 해외자본의 이탈을 막고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사수하기 위한 포괄적 행동 계획이다.
2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재무부, 그리고 최고 경제기획기구인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는 유입 자본의 규모를 안정시키고 외자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15가지 시장 개방 조치’를 담은 공동 행동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가 최근 연설과 기고문을 통해 공언해 온 ‘고위급 대외 개방’ 기조를 실질적인 행정명령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의대·공대 해외 대학에 개방, 바이토테크·영리 병원 규제 전면 해제
이번 행동 계획의 핵심은 제조 가공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았던 고급 서비스업과 의료, 교육 시장의 전격적인 문호 개방이다.
중국 정부는 직업훈련기관은 물론 과학, 공학, 농업, 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최상위권 해외 대학이 중국 내에 직접 진출하거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홍콩과 마카오 기반의 투자 자본은 중국 본토 서비스 시장에 한층 빠르고 폭넓게 선제 접근할 수 있는 우선 특권을 보장받는다.
가장 파격적인 조치는 제약 및 의료·바이오 부문에서 나왔다. 베이징 당국은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등 8대 거점 도시와 하이난성 자유무역항에서 시범 운영 중이던 ‘외국인 바이오테크놀로지 투자 구역’과 ‘100% 외국인 소유 영리 병원’ 설립 허용 사업을 중국 본토 전역의 시범 구역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다국적 기술 대기업들이 중국 내에 독자적인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기술 중심 성장 모델의 세제 혜택도 강화된다.
“정부 조달서 차별 없다” 국가 대우 선언… 금융 시장 국채 선물 개방
그동안 외국상공회의소 회원들이 가장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해 왔던 ‘제도적 차별’에 대해서도 베이징은 전향적인 카드를 꺼냈다. 행동 계획은 국가 안보와 사법적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립된 정부의 모든 공공 지원 정책을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해 동등하게 자동으로 적용하라고 명시했다.
특히 정부 조달과 공공 입찰 시스템에서 외국계 기업에 대해 ‘국가 대우(National Treatment)의 전면적 이행’을 촉구하며 공정경쟁 심사 제도를 엄격히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 시장의 빗장도 더 넓어진다. 베이징 당국은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채 선물 등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헤지) 도구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해외자본의 펀드 투자 자문 서비스 진출을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주요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중국 본토 증권 시장(상하이·선전 증시)에 직접 상장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국경 간 자금 조달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별도의 전용 쿼터(할당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FDI 10.3% 폭락의 절박함… “약속 어기던 지방정부 태도 변화가 관건”
중국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당근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낸 배경에는 수년째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 지독한 외자 유치 가뭄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실측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1~4월 기준) 중국의 총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876억 위안(약 65조 2,800만 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3%나 폭락했다.
이는 지난 2025년 연간 총 FDI가 7,47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한 데 이은 가혹한 연쇄 하락세다. 이 같은 흐름과 반대로, 중국 정부의 전방위 규제 압박을 받던 미국의 대중국 FDI만 같은 기간 오히려 24.5% 깜짝 반등하는 기묘한 기류가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 주재 외국상공회의소들이 중국 내 사업 전망에 대해 점점 더 비관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시점에서 나온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은 고무적이면서도 신중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베이징의 민간 싱크탱크인 중국기업연구소의 탕다제 수석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들은 이번 발표를 크게 환호하겠지만, 이후에는 실제로 집행 가능하고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세부 조항이 추가되기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금융과 의료, 교육 시장의 개방 속도를 더욱 가속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탕 수석연구원은 이번 행동계획 문서에 ‘지방정부와 하부 기관들은 정책적 약속을 준수하고 선의를 가지고 이행하라’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이례적으로 명시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는 과거 일부 지방 정부 관계자들이 외자를 유치할 때만 온갖 당근책을 약속했다가 사후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뒤집거나 약속을 어겼던 고질적인 폐단(과거 사건)을 의식해 중앙정부가 내린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짚었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 블랙리스트 지정(알리바바·BYD)에 맞서 미국 희토류 및 방산기업 10곳을 수출 통제 목록에 전격 추가하며 통상 전면전을 벌이는 와중에, 안방 시장의 생존을 위해 외자 유치의 빗장을 푸는 중국의 전략은 지독한 양면성을 띠고 있다.
자본의 질적 체질 개선을 공언한 중국의 신규 카드가 해외자본의 차가운 시선을 돌려세우고 동북아 금융 허브의 유동성을 재충전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테크 및 투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