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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립주의 틈새 뚫은 ‘자주국방 DNA’…K-방산, 나토 안방 2위 공급국 우뚝

폴리티코 “트럼프 안보 공백 메우는 신주류”…빅4 합산 매출 370억 달러 폭발
‘신속 인도·가성비·기술 이전’ 무기 통했다…유럽 빗장·일본 복귀는 최종 시험대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수출용 자주포 및 대공 무기 체계의 정밀 부품 조립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수출용 자주포 및 대공 무기 체계의 정밀 부품 조립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미국 유력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최신 분석 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안보 공약 축소와 미국의 국제 무대 후퇴가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역사적인 대전환점이자 글로벌 방산 거물로 우뚝 설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집중 조명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일어나는 미국의 안보 고립주의 흐름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69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자유의 수호는 미국만이 아닌 당사국의 책임”이라며 주한미군 2만 명을 전격 철수시켰고, 이는 당시 박정희 정부로 하여금 '자주국방' 기치 아래 해외 무기 라이선스(면허) 생산과 독자 무기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50여 년이 지난 2026년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NATO) 경시와 미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 동맹국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당시에 축적된 한국 방산의 DNA가 글로벌 안보 공백을 메우는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부활한 것이다.

4대 방산사 매출 2021년 대비 ‘4배’ 폭증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무기 수출국이자 세계 9위의 방산 수출 강국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D&A,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빅4의 2026년 합산 매출은 약 370억 달러(약 5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21년과 비교해 불과 5년 만에 4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현재 한국은 미국에 이어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두 번째로 큰 무기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급성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라는 양대 비극 속에서 전통적인 방산 강국인 미국의 공급망 병목현상과 독일의 결단력 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자국이 보유한 구소련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기증한 뒤 독일 등 서방 동맹국으로부터 대체 전차를 즉각 인도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독일 베를린 정부의 망설임과 느린 대처는 동맹국들에게 깊은 불신을 안겼고, 이 거대한 안보 공백 속으로 한국 방산이 무서운 속도로 진입했다. 폴란드는 전차,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을 아우르는 137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서울과 체결하며 한국 방산의 최대 고객이 됐다.

‘빨리빨리’가 만든 압도적 납기, 기술 이전과 파격적 맞춤형 솔루션


글로벌 시장이 한국산 무기에 열광하는 비결은 명확하다. 첫째는 휴전 상태로 북한의 상시적 위협에 대응하며 상시 가동 중인 방산 생산라인 덕분에 가능한 '압도적인 신속 인도(Fast Delivery)' 능력이다. 둘째는 대량 생산을 통한 '우수한 가격 경쟁력'이다. 여기에 서방 방산 대기업들이 극도로 꺼리는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 및 '현지 생산'을 과감히 보장한다. 오스카 피에트레비치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PISM) 수석 분석가는 “폴란드는 지난 30년간 미국, 독일 등과 협력했으나 국내 방산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얻은 것이 없었다”며 “한국이 제안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허브 구축은 동유럽 국가들의 자립 욕구를 완벽히 충족했다”고 평했다.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춘 ‘맞춤형 개량’ 능력도 압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작전용 K9 자주포를 “이동하는 해상 군함을 타격할 수 있도록 개량해달라”는 이집트 군당국의 요청을 수용해 시험 평가를 성공시켰고, 이는 2022년 17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 규모의 수출 본계약으로 이어졌다. 또한 한국 무기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이나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정치적 부채가 없어 구매국 의회와 여론을 설득하기에 매우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최근 중동 전쟁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LIG D&A의 '천궁-II' 요격 미사일이 적의 미사일과 드론을 30발 중 29발이나 명중(명중률 96.6%)시키며 실전 능력까지 완벽히 입증했다.

‘글로벌 탑 4’ 진입 여정의 암초…‘유럽의 빗장’과 ‘일본의 귀환’

한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4대 무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으나, 넘어야 할 암초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전함과 잠수함, 전투기 등 방산의 최고 부가가치 시장인 대형 플랫폼 영역에서의 검증이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해군을 겨냥해 추진 중인 800억 달러 규모의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는 수백 년의 나토 표준 해군 건조 명성을 가진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하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 중이다.

둘째는 유럽의 안보 자립 체제 구축 움직임이다. 트럼프의 고립주의에 맞서 유럽연합(EU)은 '유럽 방산 주권'을 외치며 무기 구매 시 유럽 내 계약업체를 우대하고 제3국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금융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 한국의 유럽 추가 진출에 빗장을 걸기 시작했다.

마지막 변수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4월 평화헌법 체제 하에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살상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전격 해제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미국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등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일본이 필리핀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본격 가세할 경우, 해당 지역 내 한국의 방산 수주 지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공언한 '2030 세계 4대 강국' 목표 자체가 글로벌 구매자들에게 한국 방산의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적 공급을 확약하는 강력한 신뢰의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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