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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中 의존도 낮출 ‘공급망 다각화 법안’ 제안… “하루 10억 유로 적자 지속 불가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기업들 디리스킹 속도 너무 느려, 강제 법안 도입”
EU 정상회의서 ‘글로벌 거시경제 불균형’ 대화 합의… 사실상 중국 정조준
핵심 품목 최소 3개국 이상 다변화 의무화 가닥… 보복 시 ‘EU 공동 연대’ 방어막 구축
4월 29일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인 베를레이몬트 빌딩 앞에서 유럽연합 깃발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4월 29일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인 베를레이몬트 빌딩 앞에서 유럽연합 깃발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핵심 원자재 및 부품의 공급처를 강제로 다변화하도록 요구하는 고강도 신규 무역 법안을 제안한다. 미·중 테크 냉전과 글로벌 관세 폭탄의 혼란 속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조치를 규제로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위와 같은 입법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19일 정상회의에 모인 EU 27개국 지도자들은 주요 교역국들과 ‘글로벌 거시경제 불균형’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화를 시작하고, 새로운 무역 방어 조치를 전면 도입·보완해야 한다는 데 전격 합의했다.

공식 성명에는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중국’이라는 국명이 직접 명시되지 않았으나,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논의와 정조준 타깃은 완전히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에 맞춰졌다.

희토류 족쇄에 묶인 유럽… 폰데어라이엔 “기업 자율 맡겼더니 디리스킹 너무 느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규제 카드를 꺼내 든 배경으로 역내 기업들의 지지부진한 자구 노력을 지적했다.

그녀는 "유럽 기업들의 자체적인 위험 완화(디리스킹)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다각화를 강제하고 촉진할 규제 조치를 제안할 것"이라며, "이미 수많은 통계 지표가 위험성을 스스로 말해주고 있으며 이제는 무역 관계의 균형을 재조정해야만 할 때"라고 단언했다.

유럽의 이 같은 위기감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전기차·풍력 터빈·자동차 제조의 핵심인 희토류 가공 분야의 독점적 우위를 무기로 전격적인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가하면서 극에 달했다.

당초 EU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공급망 다변화를 유도했으나, 가성비와 기존 공급망 통합 구조를 이유로 중국 의존도가 쉽게 깨지지 않자 법적 족쇄를 채우기로 선회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등이 준비 중인 새로운 '공급망 다각화 규제 툴'의 핵심 초안에 따르면, 핵심 광물, 반도체, 화학, 중장비 등 전략 부문의 EU 기업들은 주요 자원이나 핵심 부품을 조달할 때 최소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국가나 공급처(Three-source rule)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단일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 상한선(쿼터) 제약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루 10억 유로 적자, 지속 불가능”… 대서양 관세 폭탄에 샌드위치 신세


유럽 외교관들은 27개 회원국 사이에서 대중국 상품 무역 적자 문제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안보 위협이라는 견해 일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EU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하루 평균 무려 10억 유로(약 1조 7,57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대서양 횡단 관세 폭탄 기조로 인해 유럽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접근성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중국산 저가 보조금 제품들이 유럽 안방으로 밀려드는 밀어내기 공습은 더욱 심각해졌다.
독일 자동차 메이저인 BMW가 중국 내 수요 부진과 저가 치킨게임 여파로 수익성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유럽 제조업의 중추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주재한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이사회(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하루 10억 유로의 무역 적자는 한마디로 지속 불가능(Sustainable)하다"고 경고했다.

코스타 의장은 "구체적인 균형 재조정 결과 없이 중국과의 무의미한 대화만 계속 제기할 수는 없다"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중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이행 조치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쏘아붙였다.

중국 보복 공습 시 ‘EU 공동 방어막’ 구축… 회원국 간 단일대오 형성


다만 이번 신규 규제 도입을 두고 내부의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유럽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적이 아닌 잠재적 동맹과 친구"라며 고강도 무역 장벽 신설에 신중론을 펼치는 등 국가별 이해관계가 갈렸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당국이 즉각 유럽산 돼지고기, 유제품, 와인 등에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았던 전례를 들며 규제 도입이 가져올 무역 전쟁 확전을 깊이 우려했다.

이 같은 내부 분열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EU 지도자들은 또 다른 안전장치에 전격 합의했다. 바르트 드 베버 벨기에 총리는 정상들이 합의한 핵심 항목 중 하나로 '제3국(중국)이 특정 회원국에 보복 조치를 가할 경우 EU 전체가 연합하여 공동 대응하는 방어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 베버 총리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과 타격은 공급망 구조에 따라 모든 회원국에 똑같이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특정 국가는 대단히 취약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상호 연결된 취약성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공동 전선을 펴서 중국의 '각개격파식' 경제 보복 협박을 무력화하겠다"고 천명했다.

G7 국가들이 핵심 광물 공급망 안보 동맹을 다지는 가운데, 시장 효율성보다 '지정학적 안보와 리스크 통제'를 무역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조정한 유럽의 거대한 통상 패러다임 전환이 글로벌 공급망 지형을 급격한 파편화의 기로로 몰아가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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