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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막판 고비'…고농축 우라늄 반출 놓고 정면충돌

파키스탄 중재 속 루비오 "긍정 신호" 발언에도 최고지도자 "우라늄 국외 반출 불가" 지령
IEA "7~8월 유가 적신호"…브렌트유, 전쟁 이전보다 45% 급등한 배럴당 106달러 돌파
이란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석 달을 넘긴 가운데 최대 쟁점인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협상 타결 여부가 안갯속에 잠겼다.
로이터 통신과 알자지라, CBS뉴스 등 주요 외신이 21일(현지 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파키스탄의 집중 중재 속에 협상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협상 타결의 핵심 조건인 우라늄 반출을 이란 최고지도자가 공식 거부하면서 다시 협상 전망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좋은 신호" vs "우라늄은 절대 못 내준다"…협상 안과 밖의 온도차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평화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지나치게 낙관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며칠을 지켜보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파키스탄군 수장의 이란 테헤란 방문을 거론하면서 "이 과정이 더 진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은 이란 고위 소식통 2명의 말을 인용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무기급에 근접한 고농축 우라늄 재고를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는 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은 440㎏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추가 농축하면 핵무기 10기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핵무기 제조에는 90% 이상의 농축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그 우라늄을 반드시 확보할 것"이라면서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확보한 뒤 파괴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 측은 우라늄 반출을 종전 합의의 필수 조건으로 삼도록 트럼프가 약속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이란 측은 우라늄을 국내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직접 희석 처리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우라늄을 밖으로 내주면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판단이 이란 고위층을 지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파키스탄 집중 중재에도 호르무즈 긴장은 여전


파키스탄은 이번 미·이란 협상의 핵심 중재국으로 부상했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21일 테헤란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새 제안을 전달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갔으며, 파키스탄 측은 이에 앞서 이란 선박에 억류됐던 자국 선원 11명과 이란 선원 20명이 귀환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일대에서 외교적 협력을 이끌어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2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중국 외교부는 "파키스탄이 공정하고 균형 잡힌 중재 역할을 하도록 지지한다"고 밝혀, 미·이란 갈등을 둘러싼 외교전이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의 새 페르시아만해협관리청은 호르무즈 해협 전체를 관할 구역으로 선포하고,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남쪽 해역까지 통제 범위에 포함하는 지도를 공개했다.
UAE 대통령 보좌관 안와르 가르가시는 "이란이 UAE 해양 주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영국 해상무역기구(UKMTO)는 해협 내 위협 수준이 여전히 '위험(critical)' 단계라고 밝혔다. 상선 통항은 전쟁 전보다 크게 줄었으며, 선박 3척이 4월 21일부터 5월 2일 사이에 나포돼 억류 중이다.

에너지 시장 충격 장기화…IEA "7~8월 적신호"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21일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여름 성수기 수요 급증과 중동발 신규 원유 수출 중단, 전략비축유 고갈이 겹치면 오는 7~8월 유가가 적신호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지난 3월 회원국들과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했으며, 하루 250만~300만 배럴 속도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06달러 92센트로 전쟁 개시 이전보다 약 45% 오른 수준에서 거래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7달러 55센트 선을 기록했다.

UAE 국영 에너지기업 아드녹 최고경영자는 "지금 당장 전쟁이 끝나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유통이 완전 정상화되는 것은 2027년 1~2분기 이전에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봄 경기전망에서 유로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0.9%로 내리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9%에서 3.0%로 높였다.

CNN은 미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정전(停戰) 6주 만에 일부 드론 생산을 재개하는 등 군사력 복원 속도가 당초 예측을 크게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란이 이르면 6개월 내 드론 공격력을 완전히 복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전쟁권한결의안 표결이 공화당 의원 이탈 우려로 또다시 연기됐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4명과 민주당이 함께 이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어, 대통령과 의회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60%가 이란 전쟁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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