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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담판 '운명의 고비'…위트코프·쿠슈너 파키스탄行

핵 농축·호르무즈 통제권 '두 개의 벽' 앞에 협상 전선 요동
파키스탄·카타르 동시 중재 투입…군사 재개 여부 수일 내 갈린다
트럼프 사위 쿠슈너(왼쪽)와 위트코프 중동특사.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사위 쿠슈너(왼쪽)와 위트코프 중동특사. 사진=연합뉴스
개전 약 3개월째를 맞은 미국-이란 전쟁이 외교적 분수령에 섰다.
CBS뉴스, AP통신, 로이터, 악시오스 등 주요 외신의 2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아심 무니르 원수가 22일 테헤란에 도착해 이란 고위 관리들과 회동했으며, 카타르 협상팀도 같은 날 테헤란에 합류했다.

미국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핵심 협상단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를 파키스탄에 파견해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와 직접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전쟁 종식을 위한 '원칙 합의'(의향서)를 도출하느냐, 아니면 군사 재개로 치닫느냐의 기로다.

파키스탄·카타르 동시 중재…최후 담판 구도로


무니르 원수의 테헤란 방문은 이번 주 들어 파키스탄 내무장관 모흐신 나크비가 두 차례 테헤란을 다녀온 뒤 이뤄진 것이다.

파키스탄의 한 고위 관리는 악시오스에 나크비 장관의 회동을 통해 협상이 "중요한 방향"으로 진전됐기 때문에 무니르 원수가 합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이란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자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설비에 피해를 입은 뒤 중재 역할을 자제해왔으나, 이번에 미국과의 조율 아래 테헤란에 협상팀을 파견했다.

카타르는 미국의 주요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이자 중동 최대 미군 기지인 알우다이드 공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전달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재국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완전한 합의가 아니라, 휴전을 연장하고 추가 협상 틀을 마련하는 '의향서' 또는 '양해각서'라고 전했다.

협상이 이 수준의 문서 타결조차 불발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일 내 에너지 인프라 등 경제 목표물을 겨냥한 제한적 군사 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핵 농축'과 '호르무즈' 두 쟁점이 발목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2일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NAT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고, 그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과장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이란의 핵농축 포기, 고농축 우라늄 처리,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보장 세 가지를 재차 못 박았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업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체계를 만들려 한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호르무즈에서 이 같은 선례가 생기면 세계 다른 다섯 곳의 해협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측은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이란은 미국에 양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재 해제와 동결 자산 반환,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종전 협상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도 여전히 불안하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22일 기준 이란 해상 봉쇄가 시작된 4월 중순 이후 미군이 상업 선박 97척을 항로에서 이탈시키고 4척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영국 해양무역운영센터(UKMTO)는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아라비아해의 위협 수준을 여전히 '위급(critical)'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해협 통항량은 전쟁 이전 수준인 하루 138척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수일 내 결판"…군사 재개 카드도 여전히 유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이 "영리하게 행동"해 평화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전투를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결단 시점은 촉박하다. 전쟁 권한 결의에 따라 미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90일 법적 시한이 오는 5월 29~31일로 다가왔다. 미 상원은 20일 찬성 50표 대 반대 47표로 전쟁 권한 결의안을 가까스로 진전시켰다.

WSJ은 트럼프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하겠다는 약속을 단기적으로는 이행하지 못한 채 좁은 합의를 받아들여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측근들과 보수 언론은 협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제한 타격을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대이란 협상 움직임에 불만을 드러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과의 합의 추진에 반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격한 전화 통화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는 그 후 기자들에게 네타냐후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개전 3개월이 지난 지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촉각은 이슬라마바드로 쏠리고 있다.

전쟁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힌 채 수개월이 흐른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올해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3.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이슬라마바드 담판이 중동발 불씨를 잡을 마지막 외교적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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