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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년물 국채 금리 5% 돌파… AI 빅테크 랠리 '분수령'

S&P500 올해 수익의 절반 이상, 단 4개 종목이 견인… 쏠림 경고등
호르무즈 해협 교착 장기화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산, 이익 전망 낙관론이 최대 복병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AI 열풍이 이끄는 뉴욕 증시 랠리가 7주 연속 최고치를 새로 쓰는 가운데,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선을 넘나들며 기술주 과열 논란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경계심이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아시아·유럽에 걸쳐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아문디, 비엠오(BMO) 글로벌 자산운용 등 32개 기관 투자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가운데 80%가 향후 3~6개월 이내에 채권·원자재 등 여타 자산을 제치고 주식이 가장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첫 번째 투자처로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를 꼽았다.

7주 연속 최고치, 그러나 쏠림 경고


낙관론의 근거는 뚜렷하다. 나스닥100 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최근 이란과의 교전 충격으로 빠졌던 저점에서 빠르게 회복하며 반복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7500선을 처음 넘어섰고,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2만 6000선을 뚫는 데 성공했다.

기업 이익이 랠리를 떠받쳤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1년 전보다 27% 넘게 뛰어오르며, 경기 회복 국면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가파른 성장률을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의 두 배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유럽 상장 기업들도 전년 대비 7.5%의 이익 증가로 예상치를 넘겼다.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면서 이제는 눈에 보이는 투자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파리 티케호의 자본시장 전략 총괄 라파엘 튀앵은 밝혔다.

그러나 표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경고음이 울린다. S&P500의 올해 상승분 가운데 절반 이상을 단 4개 종목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SOX는 현재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를 웃돌아 지난 10년 평균인 19배를 크게 넘어섰다.

비엠오 최고투자책임자 사디크 아다티아는 "주식이 압도적이다. 다른 자산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면서도 기술주로의 쏠림 심화를 시인했다. 월가에서는 포지션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몰리고 기술적 지표도 과매수 신호를 보내고 있어 랠리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5% 마지노선' 국채 금리, AI 투자 비용을 위협

랠리를 무너뜨릴 가장 현실적인 변수로 기관 투자자들이 한목소리로 지목한 것이 바로 장기 국채 금리다. 인터뷰에 응한 투자자 대부분은 30년물 금리가 5%를 지속적으로 웃돌 경우 증시가 흔들린다고 봤다.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뉴스핌 등 국내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각) 실시한 250억 달러 규모 30년물 국채 신규 입찰에서 낙찰 금리가 5.046%로 결정됐다.

이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30년물 표면금리가 5%대에 오른 것이다. 같은 날 10년물 금리도 4.50%에 근접했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4년 만에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교착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국채 시장 전반에 매도 압력이 거세졌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꺾이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앤터니 사글림빈 아메리프라이즈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 소비자를 옥죄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인도수에즈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알렉상드르 드라보비츠는 30년물 금리 5%를 주식시장의 "위험 구간"으로 규정했다. 카르마냑 투자위원회의 케빈 토제는 장기 금리가 AI 설비 투자와 민간 신용 시장의 자본 조달 비용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며, 금리 상승이 "소비자 자산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을 경고했다.

나티시스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 브누아 펠루아는 "주식시장은 장밋빛 안경을 끼고 있지만,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시장의 '현실 점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이익 낙관론이 가장 큰 복병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긴축 통화정책 리스크를 제치고 32개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저평가된 위험으로 꼽은 것은 '기업 이익 낙관론'이었다. 이번 분기 깜짝 실적이 연중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글로벌 주식·실물자산 총괄 사미어 사마나는 "이익이 부진해지는 순간, 훨씬 더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도를 고려할 것"이라며 "탄탄한 이익 전망이 지금 투자 논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흐름도 심상치 않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AI 빅테크에 대한 시장 평가는 일률적 상승에서 '수익화 가시성'에 따른 차별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알파벳은 구글 클라우드가 전년 대비 63% 성장하며 AI 투자가 동시에 매출과 이익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해 주가가 급등한 반면, 메타는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 증가율에도 막대한 설비 투자 부담에 주가가 오히려 크게 빠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과 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향방은 당분간 글로벌 증시와 채권 시장 모두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가 5%를 오르내리는 한, AI 랠리를 향한 낙관론과 과열 경고는 팽팽히 맞선 채 시장의 방향을 가르는 기로로 남아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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