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 포기 없인 합의 없다"…미·이란 평행선
유가 4년 최고치·전쟁권한법 60일 시한 의회 충돌
유가 4년 최고치·전쟁권한법 60일 시한 의회 충돌
이미지 확대보기Al Jazeera, CNN, CBS News, CNBC, Time 등 주요 외신은 1일(현지시각), 이란-미국 전쟁 발발 63일째로 이란이 파키스탄 중재를 통해 최신 협상안을 미국에 전달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불만족스럽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핵 프로그램 협상 우선순위를 둘러싼 양측의 첨예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채 국제유가는 4년 만의 최고치를 찍고, 미국 의회에서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 60일 시한 논란이 가열되는 등 전방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협상 교착 : 호르무즈 vs. 핵 문제, 풀리지 않는 매듭
이란 관영 통신사 IRNA는 1일(현지시각)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지난달 30일 저녁 파키스탄 측 중재자에게 최신 협상안 문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당국도 중재안 접수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 이란이 내놓은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측 협상안의 핵심이 호르무즈 해협재개방과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먼저 실현한 뒤, 핵 문제는 종전 후 별도로 협의하자는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중동전략연구센터(Centre for Middle East Strategic Studies) 선임 연구원 아슬라니는 알자지라에 "테헤란은 제재 완화와 핵 양보를 맞교환하는 기존 방식이 더는 실현 가능한 합의 경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 제안이 "예상보다 낫다"면서도 이란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에너지 충격·전쟁권한법 논란…미국 안팎 압박 가중
국제 원유 기준가 브렌트유는 5월 1일 전후 배럴당 최고 126.41달러(약 18만원)까지 치솟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39달러(약 6475원)로, 전주 대비 34센트 뛰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 60일 시한(5월 1일)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최고조에 달했다. 상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47 대 50으로 민주당 주도의 미군 철수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공화당에서는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과 랜드 폴(켄터키) 의원 단 두 명만 이탈표를 던졌다. 콜린스 의원은 "60일 시한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법적 요건"이라며 "추가 군사 행동에는 명확한 임무와 달성 가능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권한법을 "완전히 위헌"이라고 일축했다. 행정부는 4월 7일 성립된 휴전으로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종료됐다"며 60일 시한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상원 청문회에서 "휴전 기간에는 60일 시계가 멈추거나 정지한다"고 주장했다. 팀 케인(버지니아) 민주당 상원의원은 "해당 법률이 그런 해석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ABC뉴스·입소스가 4월 24~28일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이란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90%, 무당파의 71%, 공화당 지지자의 19%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23%는 현재 재정적으로 뒤처지고 있다고 밝혀, 2월(17%) 대비 6%포인트 증가했다.
이란 내부 압박·레바논 확전…출구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이란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CBS뉴스는 이란 9000만 명이 2026년 대부분 동안 인터넷을 차단당하고 있으며, 이란 상공회의소 회원 아프신 콜라히는 현지 신문에 "인터넷 차단으로 하루 3000만~4000만 달러(약 442억~59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란 통신장관 사타르 하셰미는 약 1000만 명이 인터넷 연결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 이후 이란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크 섬의 저장 탱크는 4월 20일 기준 74% 가량 찼다는 분석이 나왔다. 데이터·분석 업체 클플러(Kpler) 수석 원유 분석가 무유 쉬는 "육상 저장 용량이 현재 이란 생산량 기준 약 20일치 여유분을 남기고 있어 감산은 수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바논에서는 휴전 중에도 유혈 사태가 이어졌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하보쉬를 포함한 3개 마을에 공습을 가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6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는 같은 날 드론과 로켓 6차례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으며 이스라엘 군인 2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은 1일(현지시각) 이란과 관련된 중국 소재 기업을 포함해 개인·법인 다수와 선박 1척에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란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 대가로 수수료를 납부하거나 이란 적신월사 등에 기부 명목으로 납부하는 행위 모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유엔에서 "이란은 해협 제한을 풀고, 미국은 해상 봉쇄를 해제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휴전 유지를 촉구했다.
전망 및 시나리오 : 재개전이냐 협상이냐, 기로에 선 미·이란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 집중 타격(short and powerful
strikes)'이라는 군사 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중부사령부
(CENTCOM)는 이미 해당 계획을 트럼프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 (IRGC)는 미국이 공격을 재개할 경우 "길고 고통스러운 반격"을 가하겠다고 맞받아쳤다.
클플러 분석은 이란이 감산 혹은 자발적 생산 중단을 선택할 경우, 나중에 생산 재개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가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경제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50%를 웃돌고 있으며, 유가 4년 최고치가 지속되는 한 전 세계 에너지· 식량 시장 불안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정치 지형상 중간선거(2026년 11월)를 200일 앞두고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전쟁 지속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어, 향후 의회 내 역학 변화가 협상 국면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