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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운명의 2년, 삼성·SK 선점 경쟁… 엔비디아 쥐락펴락할 '기술·수율·관세'

빅테크 CapEx 최대 978조 원 '불변'… K-메모리 수요 버팀목 됐다
16단 수율 장벽·관세 부담, 슈퍼사이클 과실 '절반'을 가를 변수
AI 인프라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약 80%를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수혜 구도에 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인프라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약 80%를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수혜 구도에 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이 돌아왔다(Samsung is back)."

올 초 삼성전자의 HBM4 칩이 엔비디아 시스템 인 패키지(SiP) 검증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도체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HBM4와 관련해 고객들도 '삼성이 돌아왔다'고 말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AI 인프라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약 80%를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수혜 구도에 섰다. 그러나 수익성 극대화의 기회만큼이나 기술·지정학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두 회사를 바라볼 때 지금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HBM 슈퍼사이클은 언제까지, 누가 더 오래 주도하는가."

SK하이닉스, '선점'의 과실… 루빈 플랫폼 70% 굳히기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 플랫폼용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체계를 구축했고, 1CES 2026에서 업계 최초 16(16-Hi) 48기가바이트(GB) HBM4 스택을 공개했다. 핀당 전송 속도 초당 11.7기가비트(Gbps), 대형 언어 모델(LLM) 운용에 필요한 초고밀도 사양을 처음 구현한 제품이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는 최소 2026년까지 HBM3·HBM3E 분야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며 전체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전체 HBM 출하량 가운데 HBM3E가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HBM43분기부터 수요를 본격 흡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20조 원 이상을 투입한 청주 M15X 팹은 오는 51호 클린룸 완공 후 파일럿 가동에 들어가며, 이 시설에서 HBM3EHBM4를 동시에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반전'의 기회… HBM4 공급망 재편 주도


삼성전자는 HBM4 기반 다이를 자체 10나노 공정으로 설계·제조하는 '원스톱 숍' 전략을 내세운다. 엔비디아에 유상 샘플을 납품했고, 구글의 7세대 TPU(텐서처리장치)HBM4도 공급 협의 중이다. 올해 생산 능력을 50% 확대해 월 25만 장 수준의 HBM 웨이퍼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Open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월 90만 장의 D램 웨이퍼를 공급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약 40%에 달하는 분량으로, 시장 분석 업체 인트롤(Introl)은 이 계약의 4년 누적 가치를 약 105조 원(720억 달러)으로 추산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HBM4 납품 단가를 전 세대 HBM3E 대비 20~30% 높게 책정해 협상 중이라고 전한다.

K-소부장, 반도체 투자 확대의 조용한 수혜… 대일 의존은 여전


양대 메모리 기업의 대규모 팹 투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도 직접 수혜를 안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D램 장비 매출은 2026년에도 15.1% 성장해 약 259억 달러(38조 원)를 웃돌 전망이다. HBM 공정에 필수적인 열압착 본더(TC Bonder) 공급사인 한미반도체, 삼성전자 장비 계열사 세메스(SEMES), 한화정밀기계 등이 수혜 라인업에 오른다.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증권가에서는 12단 이상의 차세대 HBM 제품에는 일본 도쿄일렉트론(TEL)과 오스트리아 EVG 등이 선도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가 필수이며, 국내 업체가 이 분야를 따라잡으려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부장의 대일(對日) 의존도는 HBM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오히려 공급망 취약 고리로 부각되는 역설이 생긴다.

빅테크 CapEx 최대 978조 원 '불변'HBM 수요의 든든한 버팀목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은 HBM 수요의 지속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됐다.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개사의 2026년 자본 지출(CapEx) 합산은 최대 6650억 달러(978조 원), 지난해 대비 74% 급증한 수치다. 크레딧사이츠(CreditSights)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75%4500억 달러(662조 원)AI 인프라에 집중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목할 점은 이 계획이 4월 말 현재까지 거의 수정·철회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는 빅테크의 2026AI 투자 규모를 약 6500억 달러로 추산하며, 시장은 429일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아마존의 실적 발표에서 CapEx 유지 여부를 최우선 확인 지표로 주시하고 있다. 알파벳은 연초 이후 세 차례나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으며,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는 "AI 인프라 용량은 설치되는 즉시 수익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균형 잡힌 시각도 필요하다. 모건스탠리는 아마존이 올해 약 170억 달러(25조 원)의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바클레이스는 메타의 잉여현금흐름이 90%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 CapEx가 합산 1600억 달러(235조 원)를 웃돌면 초과 달성, 밑돌면 수요 둔화 신호"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CapEx 불변이 HBM 발주 취소를 막는 방패인 동시에, 수익 회수가 지연될 경우 지출 조정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놓쳐선 안 될 리스크다.

관세·수율 장벽·소비자 부문 부진… 슈퍼사이클의 그늘


기회 못지않게 부담도 크다. 삼성전자 공동대표 노태문 사장은 "2026년은 부품 가격 상승과 글로벌 관세 장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25% AI 칩 관세는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을 직접 끌어올리고, 결국 HBM 단가 협상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헬륨·네온 등 희귀가스 공급 차질과 물류비 상승, ·달러 환율 변동성도 단기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소로 꼽힌다.

기술적 변수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12단에서 16단으로의 적층 전환은 8단에서 12단으로의 전환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다고 말한다. 웨이퍼 두께를 30마이크로미터(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 수준)까지 얇게 깎으면서 수율을 확보해야 하는 '수율 장벽(Yield Wall)'은 단기 공급 확대의 물리적 한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HBM 쪽으로 첨단 웨이퍼 능력의 최대 40%가 쏠리면서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은 더욱 빡빡해지고, 스마트폰·PC 같은 소비자 전자기기의 부품 원가를 끌어올리는 '메모리 세금' 효과가 발생한다.

투자자 체크리스트, 지금 봐야 할 지표 3가지


시장을 읽으려면 세 가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청주 M15X 팹의 양산 진입 시기(5월 클린룸 완공 여부)16HBM4 수율 추이, ②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루빈 플랫폼 정식 공급 계약 체결 여부 및 물량, 429일 빅테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CapEx 가이던스가 유지되는지 여부다. 세 지표 중 하나라도 기대치를 밑돌면 2026년 하반기 HBM 가격 상승 시나리오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AI 시대의 ''이 된 메모리 반도체를 한국이 독점에 가깝게 쥐고 있다는 사실은 기회이자 책임이다. 소부장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차세대 공정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실패한다면, 슈퍼사이클의 과실은 한 세대 만에 증발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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