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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서명 안 하면 전 국토 초토화"… 美 특사단 20일 이슬라마바드行

호르무즈 봉쇄 재개로 휴전 만료 D-3 초읽기
브렌트유 98달러·원유 수송량 80% 급감에 韓 에너지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이란이 우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란 내 모든 발전소와 모든 교량을 초토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이란이 우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란 내 모든 발전소와 모든 교량을 초토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기대하며 한숨 돌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찬물을 뒤집어썼다. 이란 전쟁 종전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던 미국·이란 정전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원유의 70%를 중동에 기대는 한국 경제는 오는 22일 휴전 만료 시한을 앞두고 숨죽여 이슬라마바드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우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란 내 모든 발전소와 모든 교량을 초토화할 것"이라며 "더는 신사적으로 대하지 않겠다(NO MORE MR. NICE GUY)"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통신, BBC, 미국공영라디오(NPR)가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 통화에서 "이란이 협상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이란 전 국토를 날려버릴 것"이라며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미국 특사단은 20일 저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21일부터 22일까지 이란 측과 2차 담판에 나선다. 공교롭게도 협상 마지막 날인 22일(현지시각)은 지난 8일 발효된 2주간의 휴전이 공식 만료되는 날과 겹친다.

합의 실패 시 지난 8일 발효된 2주간의 휴전은 22일(현지시각) 공식 만료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시 폭격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美 특사단 20일 이슬라마바드行… 호르무즈 '통항 주권' 정면충돌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은 이란이 지난 18일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한 직후 나왔다. 이란은 앞서 17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명의로 "해협을 모든 상선에 전면 개방한다"고 선언했으나, 미국이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 봉쇄를 철회하지 않자 하루 만에 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지난 18일 국영TV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통제 아래 있다"며 "우리가 통과할 수 없는데 다른 이들이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란 국가안보최고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에서 "미국의 봉쇄는 휴전 협정 위반이자 불법이며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이미 삼엄한 경비 태세가 가동됐다. BBC 현지 특파원에 따르면 이슬라마바드 외교구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차단됐고, 지난주 미·이란 대표단이 묵었던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이 짐을 빼야 했다. 대학 3곳은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2차 협상은 제이 디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이 이끌고,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이 동행한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지난 17일 미국과 이란이 3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놓고 협상 중이라면서, 이란이 농축우라늄 비축분을 반납하는 대가로 미국이 동결자산 200억 달러(약 29조3560억원)를 해제하는 방안이 핵심 쟁점이라고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당초 동결자산 60억 달러(약 8조8068억원) 해제와 대이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 주권 국제적 인정,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1~12일 열린 1차 담판은 21시간 마라톤 협상에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밴스 부통령은 당시 "이란이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고, 이튿날 미국은 이란 항만을 겨냥한 해상 봉쇄에 들어갔다.

브렌트유 배럴당 98달러·원유 수송 80% 급감… 韓 LNG 재고 2~4주치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6년 4월 원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천연가스 수송량은 하루 약 380만 배럴로 급감했다.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000만 배럴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80%가량 쪼그라든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5일 단기에너지전망(STEO)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 3월 배럴당 평균 103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평균 115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7일 이란의 해협 개방 선언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11.45% 폭락하며 배럴당 84달러대로 내려왔지만, 18일 재봉쇄 소식에 다시 출렁이며 브렌트유는 19일 현재 96~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EIA는 미국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이 오는 4월 갤런당 4.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심대하다. 스위스 금융그룹 UBP 집계 기준으로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일본은 75%를 중동에 의존한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의 14%를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들여온다.

원자재 분석업체 크플러(Kpler)에 따르면 한국의 LNG 재고는 약 350만 톤으로 2~4주치 안정 수요를 감당할 정도에 그친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순원유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이르는 만큼 경상수지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세계경제전망 수정본에서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2026년 성장률을 기존보다 2%포인트 낮춘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란 경제는 기존 전망에서 7.2%포인트를 깎아 6.1% 역성장으로 전환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4.5%에서 3.1%로 조정됐다.

아메리칸대 경영학부 바박 하페지 교수는 알자지라와 한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GDP 성장률은 0.4%포인트씩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은 호르무즈 해협이 2분기 내내 닫힐 경우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2.9%포인트 깎일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의존도 자체는 낮아 직접 수입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중동 전역의 수출 항로가 막히면서 스폿(Spot)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이미 납사(Naphtha) 수출을 5개월간 제한한 것도 석유화학 원료 확보 차원의 조치"라고 말했다.

22일 휴전 만료 D-3… '제2 오일쇼크' 시나리오 vs. 막판 극적 타결


이번 2차 담판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휴전 만료와 함께 전면전 재개 가능성이 현실화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이 파괴되면 이란의 정제·수출 인프라가 붕괴하면서 공급 충격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세계 최대 LNG 생산기지인 카타르 라스라판 공장은 이미 이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췄고, 복구까지 최장 5년이 걸린다는 전망도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서 3000명 이상, 레바논에서 2290명 이상, 이스라엘에서 23명, 걸프 아랍국가에서 10여명이 숨졌다.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라고 규정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SHOK 모델은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치솟으면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2%포인트 뛰고 GDP가 1.2% 주저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화 창구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 18일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깊은 불신이 여전하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의 가능성은 열어둔다"고 언급해 여지를 남겼다.

파키스탄과 중국이 지난달 31일 제시한 '5개항 평화 이니셔티브'도 물밑에서 가동 중이다. 파키스탄은 이집트·튀르키예와 함께 중재 3각 편대를 꾸렸다.

시장에서는 이번 2차 담판 결과가 아시아 금융시장의 방향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 모두 협상 타결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휴전 만료 시한인 22일까지 이슬라마바드에서 나올 한 마디 한 마디가 곧 유가 전광판의 숫자로 치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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