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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19일 개방…발 묶인 한국 유조선 드디어 풀린다

미·이란 종전 합의 MOU 서명 확정…브렌트유 4% 급락·국내 기름값 하락 초읽기
한국은행 "해협 재개 시 성장률 0.1%p 개선·물가 0.2%p 하락" 공식 전망
아랍에미리트(UAE)의 오만 무산담 정부와의 국경 인근인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근처 걸프만의 화물선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랍에미리트(UAE)의 오만 무산담 정부와의 국경 인근인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근처 걸프만의 화물선들.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전쟁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고 블룸버그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양국은 이번 합의를 발판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60일간의 후속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수개월째 혼란을 겪은 끝에 나온 합의로, 국제유가는 즉각 4% 이상 하락했다.

파키스탄 발표로 먼저 알려진 합의…공식 서명은 19일 스위스에서


합의 사실은 세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처음 공표했으며,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국영 매체가 잇달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위대한 합의가 지역 전체에 평화와 안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연은 해협 기뢰 제거 작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양해각서(MOU) 서명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합의 내용은 정전과 이란의 해외 원유 수출을 겨냥한 제재 일부 완화를 포함하나, 양측 모두 아직 합의문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금융 인센티브와 제재 해제 범위 등 핵심 조건의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해협에는 수백 척의 선박이 양쪽에 발이 묶인 채 대기 중이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수개월째 뒤흔들어 왔다. 오는 19일 MOU 서명 이후 해협이 개방되면 발이 묶였던 한국 유조선 등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국영 TV는 합의를 두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적국에 전선 전면 종전을 강요했다"고 묘사했다. 이란은 60일 협상 기간 "일차·이차 제재와 유엔 결의안 전부의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의회가 부과한 제재 상당 부분을 되돌리려면 미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측의 셈법 차이는 상당하다.

국제유가 4% 이상 급락…한국 경제엔 상반된 요인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평화 합의 타결 및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발언이 보도된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83달러대로 3달러 이상 하락하며 4%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고, 위험 선호 심리에 호주 달러화가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이토로(eToro) 아시아태평양·중동 수석 애널리스트 조시 길버트는 "낙관론이 반영된 움직임이지 확실성이 담긴 것은 아니다"라며 "합의에 서명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재개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0.2%포인트, 내년 0.3%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종전 합의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 12일(현지시각) 브렌트유 8월물은 배럴당 87.3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37달러 떨어졌으며,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2009원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다만, 에너지 시장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60일 협상 기간 중 추가 충돌 없이 최종 핵 합의까지 이뤄져야 글로벌 에너지·물류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반면,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해협이 다시 무기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미해결…이스라엘 변수도 남아


합의 발표 직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은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재개해 막판 서명을 위태롭게 했다. 이스라엘이 이번 합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란과 핵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군사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혀, 후속 협상 결렬 시 전선 재점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은 60일 협상에서 해외 동결 자산 접근권과 장기 제재 완화를 함께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최종 합의 도달 시 관련 제재를 해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 등 수천 곳을 폭격한 이후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마무리짓는 첫 공식 단계다.

딜로이트는 '2026년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지정학적 분열을 올해 주요 잠재 위험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번 잠정 합의가 그 위험의 첫 번째 고비를 넘는 계기가 될지는 19일 스위스 서명 이후 전개될 60일 핵 협상에 달려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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