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투자펀드 5억 9900만 파운드 전격 지원… '공장 생산형' 원자로 상용화 가속
체코 지분 참여로 한국과 수주 경쟁 가열, '설계 인증·공급망' 속도전이 승부처
체코 지분 참여로 한국과 수주 경쟁 가열, '설계 인증·공급망' 속도전이 승부처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투자는 에너지 안보 확립과 탄소 중립이라는 명분을 넘어, 전 세계 원전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체코 등 유럽 원전 시장에서 롤스로이스가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원전 수출 전략의 전면적인 재점검이 불가피해졌다.
이미지 확대보기영국의 도박, '공장 생산형' 원자로로 패러다임 전환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13일(현지시각) 영국 국부투자펀드(NWF)가 롤스로이스 SMR 개발에 5억 9900만 파운드(약 1조 197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자금은 웨일스 앵글시(Anglesey) 섬의 와일파(Wylfa) 부지를 영국 최초의 SMR 생산 거점으로 구축하는 데 집중적으로 쓰인다.
SMR은 대형 원전 부품을 공장에서 규격화해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롤스로이스 투판 에르긴빌직(Tufan Erginbilgiç)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를 "영국 원전의 황금 시대를 여는 결정적 이정표"라고 정의하며, 자국 내 확정된 시장(Domestic Market)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노동당의 실용주의… '에너지 주권'과 '일자리' 두 토끼 잡기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 일본 히타치가 자금난으로 포기했던 와일파 부지를 영국 국영 에너지 기업인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뉴클리어(GBE-N)'가 인수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 영국 재무장관은 "에너지 안보 강화와 더불어 차세대 원전 기술을 통해 수십 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NWF는 이번 투자가 약 1000개의 고숙련 전문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롤스로이스 SMR에는 영국 외에도 카타르 국권펀드, 프랑스 BNF 리소시즈, 체코 전력공사(CEZ) 등이 지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글로벌 공급망과 정치적 연합군을 이미 확보했음을 의미하며, 단순한 기술 개발 이상의 국제적 영향력을 시사한다.
'K-원전' 수출 전선 비상… "속도와 정치적 역학이 관건"
영국의 이번 행보는 체코 테멜린(Temelín) 원전 수주를 노리는 한국 원전 산업계에 직접적인 경고등을 켰다. 특히 체코 전력공사(CEZ)가 롤스로이스 SMR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유럽 내 수주전에서 한국에 상당한 심리적·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SMR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음 3가지 지표를 즉각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표준 설계 인증 속도다. 롤스로이스가 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얼마나 빨리 받아내느냐가 시장 선점의 관건이다.
둘째, 공급망 구축 비용이다. '공장 생산 방식'의 실제 비용 절감 효과가 대형 원전 대비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유럽 내 정치적 역학 관계다. 체코 CEZ가 롤스로이스 SMR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수주전에서 한국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이 쏘아 올린 1조 원의 투자금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대형 원전의 시대를 지나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SMR 경쟁 체제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독자적 기술력에 안주하기보다 유럽 현지 파트너십 강화와 규제 대응 속도를 높이는 전략적 유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