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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수입금지’ ITC 소송전… 삼성·SK하이닉스에 리스크일까 기회일까

포트리스 산하 NPE, 미 ITC에 제소… 공화당 의원들까지 압박 가세
조사 개시 후 사법 절차 본격화… 글로벌 반도체 IP 전쟁 ‘리스크·기회’ 공존
미국 특허 관리 금융회사(NPE)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를 상대로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요구하며 전방위적인 법적 공세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특허 관리 금융회사(NPE)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를 상대로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요구하며 전방위적인 법적 공세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특허 관리 금융회사(NPE)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를 상대로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요구하며 전방위적인 법적 공세에 나섰다.

지난 12(현지시각) 독일 IT 전문 매체 컴퓨터베이스(ComputerBase) 보도와 미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 산하 아일랜드계 특허 기업 롱지튜드 라이선싱과 말린 세미컨덕터가 제기한 특허 침해 신청(complaint)을 바탕으로 외국산 반도체 칩에 대한 337조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들 회사는 대만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로부터 매입한 특허를 근거로, TSMC가 미국으로 들여오는 첨단 공정 칩이 자사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식재산권(IP)이 단순한 로열티 분쟁을 넘어 미국 정치·산업 전략과 결합된 공급망 무기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TC의 최종 수입 제한 조치까지는 여러 단계의 절차적 관문이 남아 있어 실제 규제 여부는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정치권 가세한 특허 공세… TSMC 첨단 공정 전방위 압박

이번 제소를 주도한 두 기업은 미국 사모펀드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인수한 IP밸류 사업의 자회사로, 소위 특허 괴물로 불리는 대표적 NPE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 2021년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로부터 인수한 공정 특허를 토대로 TSMC가 첨단 미세 공정에서 자사 원천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제한적 수입배제명령(LEO)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 NPE가 과거에 출원된 특허를 활용해 수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요구하거나 미국 내 수입 중단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번 사안이 과거의 일반적인 특허 분쟁과 다른 점은 미국 정치권의 가세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해외 반도체의 특허 침해 제품은 예외 없이 미국 시장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화하며 TSMC 관련 소송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다기보다, TSMC를 포함한 해외 칩 업체 전반에 동일한 특허 집행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급될 수 있는 규제 논리로 평가된다. 자국 제조업 부흥과 공급망 재편을 명분으로 특허 소송과 수입 제한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 도구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경제부가 즉각 TSMC 지원 방침을 밝혔으나 미국 정치권의 압박은 큰 부담이다.

한국 반도체로 번지는 불똥… 메모리 분야 사법 리스크 동반 고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소송이 TSMC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반도체 미세 공정 특허는 기술적 교차성이 매우 높아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메모리 분야까지 사법 리스크가 파급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모리 분야에서는 넷리스트가 마이크론을 상대로 한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법 소송에서 약 44500만 달러(6750억 원)의 배상 평결을 이끌어내는 등 미국 법원이 디램(DRAM)과 모듈 특허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평결은 지난해 미국 동부 텍사스 연방법원이 넷리스트 측의 승소 판결과 배상 명령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메모리 특허 분쟁이 일회성 논란을 넘어 실제 금전적 리스크로 현실화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이러한 판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업체에도 잠재적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미국 시장에서 TSMC의 특정 공정 제품 수입이 실제로 제한될 경우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공급되는 첨단 칩 공급망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TSMC의 공급 차질이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체 수주 기회라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대형 NPE의 다음 타깃이 한국 기업으로 향할 위험성도 상존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미국과 유럽에서의 방어적 특허 출원과 NPE 대응 전략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 절차 본격화…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지표


ITC는 통상 조사 개시 후 45일 이내에 사건 처리 목표 시점을 정하며, 그 일정에 따라 행정법판사(ALJ)의 초기판정과 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순차적으로 나온다. 이번 사건 역시 오는 6월 중 행정법판사의 초기판정이, 오는 10월 전후로 ITC 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법 리스크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을 단계별로 확인하면서 투자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가 당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6월 말 예정된 미 ITC1차 심사 방향성이다. 이 심사에서 제소 기각 여부나 구체적인 조사 범위, 타깃 데이트(조사 종료 목표 시점)가 설정되므로 사법 리스크의 초기 크기와 조기 종료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둘째, 엔비디아와 애플 등 미국 수요 기업들의 대체 공급망 확보 움직임이다. 주요 팹리스 고객사들이 TSMC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 파운드리나 메모리 업계로 물량을 다변화하는 신호를 보낸다면 이는 국내 기업의 중장기 수주 기회로 직결된다.

셋째, 미국 중간선거 과정에서 나오는 정치권의 반도체 규제 발언 수위다. 실제로 과거에도 철강과 태양광 패널 등에서 선거 국면에서의 강경 발언이 이어진 뒤 고율 관세와 수입 제한 조치로 연결된 사례가 반복돼 온 만큼, 이것이 실제 제도로 연결되는 전형적인 규제 패턴을 주시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흔드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 만큼, 사법 리스크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며 개별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노출과 수혜 가능성을 수시로 점검·조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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