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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이면 끝낸다" 트럼프의 도박…호르무즈 교착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폭탄

이란, 영구 종전·제재 해제 '10개항 역요구'로 맞불…협상 타결 가능성 낮아
국내 원유 수입 70%가 이 해협 경유…산업연구원 "3개월 봉쇄 시 제조업 생산비 12% 급등“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금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시계가 있다. 미국 동부 시각 7일(현지시각) 오후 8시(한국 시각 8일 오전 9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그은 마감선이다.

이 시간이 지나도록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트럼프는 "4시간 안에 이란 전역의 발전소와 교량을 초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란은 일시적 휴전이 아닌 영구 종전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정면으로 맞섰다.

블룸버그·월스트리트저널·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이 7일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협상 중재국들조차 기한 내 타결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 이 교착 상태는 단순한 외신 뉴스가 아니다.

트럼프의 초강수, 이란의 역공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원하면 4시간 안에 완전히 해치울 수 있다"며 이란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공습 가능성을 재차 공언했다.

그는 이날 처음으로 해협 개방을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못 박으면서 "석유를 포함한 모든 것의 자유로운 통행 보장이 내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 백악관 대변인이 해협 개방이 핵심 군사 목표가 아니라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란을 압박하는 최후 카드로 해협 개방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이란은 파키스탄을 중재 창구 삼아 전달한 10개항 답변서에서 일시 휴전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지역 전체의 영구 종전, 전쟁 피해 보상,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안전보장 의정서 체결 등을 공식 요구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협박과 전쟁 범죄 위협 속에서 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 최고지도자 고문 알리아크바르 벨라야티는 아덴만과 홍해를 잇는 밥엘만데브 해협도 호르무즈 해협과 동일한 강도로 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교역량의 10%가 오가는 이 해협마저 틀어막을 수 있다는 압박이다.

협상 관계자들의 시각도 냉정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 일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으로 타결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으며 7일 저녁 공습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 이상 마감 시한을 연장한 전례가 있어 추가 연장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퀸시 인스티튜트의 트리타 파르시 부원장은 알자지라에 "트럼프는 기존에도 신뢰를 크게 잃은 것이 없어, 외교적 출구가 보인다면 언제든 기한을 또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마감 시한이 되더라도 '연장이냐, 공습이냐' 두 갈래 가운데 어느 쪽이 현실화할지는 아직 열려 있다.

한국 경제, 이미 불씨 당겼다


이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타격이 가장 집중되는 곳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그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는 77%를 웃돈다.

2024년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1위로,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약 1500만 원)당 5.63배럴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연구원은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한국 제조업 평균 생산비가 11.8% 오르고, 전 산업 평균으로도 9.4%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약 13만 5800원)에 머물고, 봉쇄 장기화 시 117달러(약 17만 6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물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더라도 산업부가 맞닥뜨린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원유선이 국내 항구에 입항하기까지 최소 22일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이미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9달러를 웃돌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1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약 21만 1300원)를 돌파할 경우 세계 경제가 사실상 성장을 멈추는 '임계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사태로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1%에서 1.7%로 후퇴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하락폭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2%대 수준인데, 유가까지 급등할 경우 세계 경제 급랭에 따라 한국의 수출과 경기에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 중재 분주…한국도 대응 총력


파키스탄·이집트·터키는 45일 휴전과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협정 초안을 마련하고 막바지 중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 원수는 밤새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사이를 오가며 접촉을 이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7일 오후 3시(그리니치 표준시)에 호르무즈 문제를 다루는 결의안 표결을 진행한다. 강제적 무력 사용 조항은 거부권 우려로 빠졌지만, 이란에 상선 공격 중단과 항행 방해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쟁이 즉시 멈추더라도 이미 불붙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둔화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부 주도로 비축유 200일분 확보, 100조 원 규모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 가동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향후 중동 외 지역에서 다양한 원유를 상시 도입하려면 중질유 중심의 국내 정유사 설비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시한을 연장하든, 공습을 강행하든, 이란이 극적으로 해협을 여는 시나리오가 나오든 간에 한국 경제가 마주한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은 이번 사태가 끝난 뒤에도 근본적인 질문으로 남는다.

수십 년간 '값싼 중동산 원유'에 기댄 성장 방정식이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이번 위기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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