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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반에서 서민 경제까지 퍼진 초고유가 쇼크

주유소 대기 줄 이어져…소비 패턴 변화
종량제 봉투 등 생활재 수요 급증·품절
항공편 감소 움직임, 여행시장까지 파급
31일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에 종량제 봉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최유경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31일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에 종량제 봉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최유경 기자
석유 최고가격제 2차 가격 시행 닷새째인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저가 주유소에는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섰다. 주유기마다 차량이 이어지고, 빠져나간 자리에는 곧바로 다음 차량이 들어오는 흐름이 계속됐다. 주유소 관계자는 "최근 기름값이 오른 후 포털 사이트를 통해 가격을 보고 찾는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에 육박하면서 주유비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저가 주유소를 찾거나 주유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이어지면서 소비를 분산하거나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정부가 비축유 스와프 운용을 공식화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이미 높아진 상태다.

고유가 영향은 생활재 유통 현장의 수급 불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비닐 수급 우려가 커지면서 종량제 봉투 수요가 급증했고, 일부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품절 안내문이 붙는 등 수요가 특정 품목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이 구매를 앞당기면서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량제 봉투가 지자체 공급 체계에 따라 유통되는 구조인 만큼 소매업자들의 물량 확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주문이 중단되면서 현장 구매 비중이 높아졌고, 발주를 위해 장시간 대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 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주문이 중단되면서 현장 구매만 가능해졌고, 발주 수요가 몰려 구매 수량도 제한되다 보니 대기 줄이 길어 1~3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현재는 확보해둔 재고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동 비용 증가에 대응해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차량 운행을 줄이고 출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관리하는 모습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 비용 증가를 넘어 기업 활동의 범위를 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연료비 상승이 운임뿐 아니라 공급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유류비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비용 증가를 운임 인상만으로 흡수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노선에서 운항 축소나 비운항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저비용항공사를 넘어 대형항공사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연료 비용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항공업계 특성상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여기에 급유제한과 같은 충격이 겹치며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현지에서 급유가 제한되거나 비용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항공사들은 부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줄이거나 단항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과정은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저비용항공사에서 더 빠르게 나타나지만 대형항공사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시아나항공은 대형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노선 감축에 들어갔다. 비운항되는 노선은 인천발 창춘 7회, 하얼빈 3회, 프놈펜·옌지 각 2회다. 대한항공도 같은 날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공식화하며 비용 절감과 운항 전략 재조정에 나섰다.

충격은 여행업계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행사는 항공사와 사전 계약을 통해 확보한 번들 티켓을 기반으로 상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항공편 축소로 기존 물량에서도 변동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기존 계약 물량에서 취소되는 상황이 나와서 모니터링 중"이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취소 공지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가 급등이 촉발한 전방위적 비용 상승은 유통 현장의 품귀 현상과 항공 노선 축소라는 실질적인 제약으로 체감되고 있다. 단순한 경제지표의 변동을 넘어 주유소의 대기 행렬과 마트의 빈 진열대, 사라진 비행편이 증명하듯 국내 산업계와 민생 현장 곳곳에서 교류와 활동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최유경·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oiyu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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