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영국 2년물 국채 4.6%대 급등…2022년 미니예산 사태 이후 최대 충격
한국 납사 60% 페르시아만産·석유화학 3사 불가항력 선언…'에너지→채권→재정' 위기 전이 가속
유가 150달러 시나리오 시 한국 성장률 0.8%p 하락·물가 2.9%p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경고
한국 납사 60% 페르시아만産·석유화학 3사 불가항력 선언…'에너지→채권→재정' 위기 전이 가속
유가 150달러 시나리오 시 한국 성장률 0.8%p 하락·물가 2.9%p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한국 수입 원유의 99%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처한 가운데, 그 충격파는 중동을 넘어 런던 국채시장과 여수·울산 석유화학 단지를 동시에 강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각) 이란 전쟁이 글로벌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영국 국채(길트채) 2년물 금리가 0.3%포인트 치솟아 4.6%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잉글랜드은행이 9명 금리결정위원 전원 일치로 금리를 동결하고 기존의 금리인하 방향 지침마저 철회하자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으로, 리즈 트러스 정부의 이른바 '미니예산' 사태가 터진 2022년 이후 유례없는 충격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이란 전쟁을 "역사상 세계 에너지 공급에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했다.
유가 40% 폭등에 인플레 재점화, 채권시장 도미노 쓰러진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커졌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배럴당 72달러에서 103달러까지 치솟아 개전 수일 만에 40% 이상 올랐다.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같은 방향에 집중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은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해 일제히 포지션을 청산했다. 이는 국채 가격 하락을 더욱 키웠고, 잉글랜드은행의 매파적 결정이 기름을 부었다.
칼라일(Carlyle)의 제프 커리(Jeff Currie)와 제임스 거트만(James Gutman)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은 시중에 돈을 공급할 수 있지만 석유와 가스를 찍어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심층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세계 부채 보고서는 선진국들이 경기침체 수준의 차입을 경기침체가 아닌 때에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국채 발행 평균 만기가 가장 가파르게 짧아진 나라 가운데 하나로, 장기물 위주 발행으로 확보했던 차환 완충력이 최근 단기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오히려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한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납사 60% 페르시아만産…석유화학 가동중단 현실화
이 위기는 채권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가 폭등과 호르무즈 해협의 아시아향 원유 운송로 봉쇄가 한국·일본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류 정보업체 스파르타 커모디티스 자료를 보면 한국·일본의 납사 사용량 중 3분의 2가 수입이며,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물량의 비중은 한국 60%, 일본 70%다. 한국에서는 여천NCC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불가항력 가능성을 공지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한국 제조업 전반의 생산비 상승과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제품 산업의 생산비 증가율은 6.30%로 가장 크고, 화학제품 1.59%, 고무·플라스틱 0.46% 순으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 전반이 영향권에 들었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별 에너지 의존도와 공급망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산업 대응 및 기업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가 150달러 시나리오…한국 성장률 0.8%p 하락 전망
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돼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0.8%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유가 60달러대를 전제로 설정했던 '2.0% 성장률' 목표는 이미 수정 논의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한국은 연간 약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며 원유 수입 의존도가 99% 이상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금리 인하 지연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자금 유출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과 자본시장에도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칼라일의 두 전문가는 보고서에서 "재정 여력과 신용 접근성을 갖춘 나라가 에너지 확보 경쟁에서 앞서가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관계 재편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주권을 가진 나라가 경제 주권도 지킨다'는 등식이 다시 냉혹하게 증명되는 시점에, 원유 수입 의존도 99%의 한국 경제가 얼마나 단단한 방파제를 쌓아왔는지 묻게 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