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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위성 100만 기 발사 추진…지구 대기, '알루미나 소각장' 되나

연간 100만 톤 금속 산화물 성층권 축적 경고
케슬러 증후군 '3.8일 충돌 주기' 현실화 초읽기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서 발사되는 스페이스X 로켓.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서 발사되는 스페이스X 로켓. 사진=EPA연합뉴스
밤하늘의 별보다 인공위성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인류는 무엇을 잃게 될까. 단순히 낭만적인 밤하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저궤도를 가득 채워 가는 위성들은 수명을 다한 뒤 대기권에서 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금속 먼지를 성층권에 쌓아 올리고 있다. 과학계는 이 축적이 오존층을 갉아먹고 기후 시스템을 교란하는 '조용한 재앙'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간 100만 톤 '알루미나 폭탄'…성층권이 흡수할 수 있는 한계는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 로라 레벨 대기화학 교수·미셸 배니스터 천문학 교수,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사만다 롤러 교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25(현지시간) 학술 전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게재한 분석 보고서에서 "민간 우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추진 중인 초대형 위성 군집 사업이 지구 대기를 위성 전용 소각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핵심 논거는 위성 주소재인 알루미늄이다. 현재 지구 궤도에서 운용 중인 위성은 약 15000. 수명이 수 년에 불과한 이들 위성은 폐기 시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연소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문제는 스페이스X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용 위성 100만 기 발사 허가를 신청하는 등 발사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100만 기 규모의 위성이 주기적으로 교체·소각될 경우 알루미나(산화알루미늄) 입자가 연간 1테라그램, 100만 톤(10kg)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레벨 교수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미세한 이 입자들은 성층권에 수년간 체류하며 오존 파괴 반응을 촉진하고, 태양 복사 에너지를 흡수·반사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 시스템에 예측 불가능한 교란을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전조 징후는 포착되고 있다. 2023년 상층 대기 에어로졸 분석에서 재진입 우주선 유래 금속 성분이 검출됐고, 팰컨9 로켓 재진입 과정에서는 리튬 성분까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대기 오염의 서막'으로 규정했다.

'3.8일마다 충돌'…케슬러 증후군, 이미 초기 단계 진입했나


물리적 위협도 한계에 근접했다. 우주 안전 연구기관 아우터 스페이스 인스티튜트(Outer Space Institute)'CRASH 시계' 분석에 따르면, 현재 궤도 위성들이 충돌 회피 기동을 중단할 경우 3.8일마다 한 건꼴로 충돌 사고가 발생할 만큼 저궤도는 포화 상태다.

이는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의 초기 단계 진입을 의미한다. 케슬러 증후군이란 특정 궤도에서 충돌로 생성된 파편이 다른 위성과 연쇄 충돌을 일으키고, 그 파편이 또 다른 충돌을 유발하는 도미노 현상이 반복되어 결국 해당 궤도 자체가 영구적으로 사용 불가능해지는 상태를 뜻한다.
연구팀은 "현재 추진 규모의 위성 군집이 실현될 경우 5년 주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약 4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44월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농장에 스페이스X 드래곤 우주선 잔해가 추락한 사건은 이 경고가 가상 시나리오가 아님을 방증한다.

한국 우주 산업에도 불똥…누리호·천리안 운용 환경 악화 우려


이 문제는 대한민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2022년 누리호 독자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30년대까지 차세대 중형위성과 저궤도 통신위성 군집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저궤도 환경이 케슬러 증후군으로 붕괴될 경우, 국내 위성 발사 계획 전반과 기상·통신 분야 핵심 인프라인 천리안 위성 운용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저궤도 밀도 문제는 한국처럼 독자 발사체를 갖추기 시작한 국가에게 더 심각한 구조적 위험"이라며 "궤도 선점 경쟁에서 후발주자가 될수록 안전한 궤도 슬롯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위성도 환경 영향 평가 의무화해야"…뒤늦은 국제 규제 논의

연구팀은 대안으로 세 가지 규제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대기가 감당할 수 있는 '안전 수용 한계량'을 국제 합의로 설정할 것, 둘째, 위성 발사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환경 영향 평가를 의무화할 것, 셋째, 위성 제작사가 소재 성분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제도화할 것이다.

롤러 교수는 1980년대 듀퐁(Du Pont)이 오존층 파괴 주범 프레온가스(CFCs) 퇴출에 선도적으로 나선 사례를 들어 "최대 사업자인 스페이스X가 지속 가능한 우주 개발 모델 구축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팀은 "지구 대기를 거대한 위성 소각장으로 활용하는 현재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단일 국가나 기업이 지구 전체의 대기 환경을 임의로 변형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페이스X의 위성 발사 허가권을 쥔 FCC100만 기 신청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단순한 미국 통신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지구 대기와 궤도 공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첫 번째 실질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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