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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홀린 중국 로봇 복싱… “1.3만 달러 휴머노이드가 링 장악했다”

미국 렉(Rek), 유니트리 로봇 개조해 가상현실 조종 경기 흥행 성공
중국 기업 글로벌 시장 90% 독식 속 ‘로봇 극장’ 논란과 사업 확장성 교차
샌프란시스코 소재 로봇 경기 운영사 '렉(Rek)'은 최근 중국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Unitree)의 'G1' 모델을 개조해 케이지 복싱 경기를 개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샌프란시스코 소재 로봇 경기 운영사 '렉(Rek)'은 최근 중국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Unitree)의 'G1' 모델을 개조해 케이지 복싱 경기를 개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산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가상현실(VR) 기기로 조종해 격투를 벌이는 ‘로봇 복싱’이 새로운 기술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급부상하며 현지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정보기술 전문 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소재 로봇 경기 운영사 '렉(Rek)'은 최근 중국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Unitree)의 'G1' 모델을 개조해 케이지 복싱 경기를 개최했다.

관객들은 60~80달러(약 8만~11만 원)에 이르는 입장료를 내고 무게 36kg, 높이 137cm의 로봇들이 링 위에서 격돌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중국산 로봇이 점령한 미 대륙… 140만 달러 상금 건 '로봇 격투' 리그까지


현재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중국 기업이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약 90%가 유니트리, 애지봇(AgiBot), 엔진AI(Engine AI) 등 중국 업체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엔진AI는 최근 총상금 140만 달러(약 20억 원) 규모의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전투 리그 'URKL'을 출범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경기에서 사용된 유니트리의 G1 로봇은 한 대당 1만3000달러(약 1870만 원) 수준이며, 고성능 모델인 T800은 4만 달러(약 5700만 원)를 웃돈다.

렉의 설립자 식스 리브(Cix Liv)는 "현재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나, 수개월 안에 더 큰 행사를 열고 국제 경기 개최도 검토할 것"이라며 "향후 높이 180cm, 무게 90kg에 이르는 대형 로봇 리그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교한 AI 아닌 사람이 조종하는 인형극” 학계의 냉정한 시선


이러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로봇 공학계에서는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 Berkeley)의 켄 골드버그(Ken Goldberg) 로봇공학 교수는 최근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휴머노이드 열풍의 한복판에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리 정교하지 않은 '로봇 극장'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많은 로봇이 실제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는 방식"이라며 "로봇 홍보 영상이 보여주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기 중 로봇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 사람이 직접 개입해 일으켜 세워야 하는 등 기술적 완성도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부상 걱정 없는 '참여형 스포츠'… 실리콘밸리 기술진들 ‘새로운 비즈니스’


그럼에도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과거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배틀봇(BattleBots)'이 단순히 무기를 장착한 기계들의 파괴에 집중했다면, 최신 로봇 복싱은 인간 조종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투영하는 VR 방식을 채택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현장을 찾은 기술 디자이너 데이비드 해치(David Hatch)는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의 부상 걱정 없이 더 격렬한 경기가 가능하고, VR 기기를 통해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13세 소년 조종사가 성인 경쟁자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로봇 스포츠의 대중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로봇 엔터테인먼트가 당장 산업용 로봇의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아 관련 생태계에 자본을 유입시키는 중요한 마케팅 창구 노릇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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