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4곳 942조 원 AI 투자 발표에도 주가 급락세
앤트로픽 AI 도구에 소프트웨어株 413조 원 증발
앤트로픽 AI 도구에 소프트웨어株 413조 원 증발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6일(현지시각) 기준 나스닥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보합 수준에 머물렀지만, 동일가중 S&P500지수는 6% 가까이 올랐다. 8개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이 S&P500 전체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부진이 시장 전체를 짓눌렀다.
메모리칩 품귀에 가격 90% 급등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80~9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포스는 D램(DRAM) 계약 가격이 1분기 전 분기 대비 55~60%, 낸드플래시는 33~38% 올랐다고 분석했다.
가격 급등은 공급 부족 탓이다.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D램에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이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가 AI용 메모리에 투자를 집중한 결과 개인용컴퓨터(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생산이 뒷전으로 밀렸다.
트렌드포스는 "20년간 메모리 시장을 추적해왔지만 이번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며 "공급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AI 데이터센터용으로 영구 재배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공급 부족 때문에 메모리칩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플래시메모리 업체 샌디스크는 최근 3개월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고, 마이크론은 60% 이상 급등했다. 메모리 제조 장비업체 램리서치도 40% 이상 상승했다.
빅테크 942조 원 투자에도 주가 하락
메모리칩 업체들의 호황과 달리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빅테크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 등 4개사는 올해 AI 투자에 6500억 달러(약 942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60% 증가한 규모로, 이들 기업의 최근 3년간 투자액 합계와 맞먹는다.
구글은 올해 자본 지출로 1750억~1850억 달러(약 253조~268조 원)를 제시했다. 지난해(914억 달러, 약 132조 원)의 2배 수준이다. 아마존은 2000억 달러(289조 원), MS는 1400억 달러(202조 원) 이상을 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었다. 구글과 아마존, MS는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후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아마존과 MS는 5~10%씩 급락했고, 구글도 소폭 하락했다. MS는 실적 발표 후 14% 하락했으며, 아마존도 6% 이상 내렸다.
월가에서는 "AI면 다 오르는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AI 사업이 투자자를 설득할 만큼의 실질적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AI 충격에 '패닉'
AI 개발사 앤트로픽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새로운 AI 도구는 소프트웨어 업계에 충격을 줬다. 법률 업무와 코딩, 제품 관리 등 기업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플러그인 출시 이후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법률 데이터베이스 업체 톰슨로이터는 18% 급락하며 사상 최대 일일 손실을 기록했다. 유럽의 법률 분석 업체 RELX와 볼터스클루버는 각각 14%와 13% 하락했다. 팩트셋리서치는 10.5%, 리걸줌은 19.7% 폭락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서비스나우 등이 매도 압력에 시달렸다. 지난해 135% 급등했던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는 올해 들어 19% 이상 하락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네트웍스, 지스케일러 등 사이버보안 업체들도 큰 폭으로 내렸다.
블룸버그는 이번 소프트웨어 주식 매도로 약 2,850억 달러(약 413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지난 6일 CNBC와 인터뷰에서 빅테크의 AI 투자 규모에 대해 "적절하고 지속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소프트웨어를 죽인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일"이라며 소프트웨어 주가 급락을 일축했다.
증권가에서는 AI 투자 열풍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과잉 투자로 역풍을 맞을지 주목하고 있다. DA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연구원은 "빅테크들은 AI 인프라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을 승자 독식 구도로 본다"며 "그 어느 기업도 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