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자립 집착이 내수 고사 위기 초래… 17년 만에 기업 이익률 최악
GDP 대비 소비 비중 40%, 세계 평균 밑돌아… 가계는 지갑 닫고 ‘저축’만
지방 정부 보조금이 만든 ‘좀비 기업’, 가격 전쟁 부추기며 경제 악순환 고착화
GDP 대비 소비 비중 40%, 세계 평균 밑돌아… 가계는 지갑 닫고 ‘저축’만
지방 정부 보조금이 만든 ‘좀비 기업’, 가격 전쟁 부추기며 경제 악순환 고착화
이미지 확대보기상하이 도매시장까지 덮친 불황… 매출 반토막에 ‘검소한 생활’ 확산
중국 실물 경제의 가늠자인 상하이 치푸로 의류 도매시장은 최근 물건을 파는 소리 대신 반품을 처리하는 손길로 분주하다. 소매점이 팔지 못한 옷을 대거 돌려보내면서 도매상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현지 여성복 도매상들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인들은 "팬데믹 전에는 직원이 4명이었으나 지금은 1명뿐"이라며 "사치품 가방을 사는 대신 배달 앱으로 저렴한 음식을 찾아 먹으며 버티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중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결함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고 생산자는 물건을 쏟아내면서 공급망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양새다.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가격 인하 경쟁은 결국 기업의 이익 감소와 임금 동결, 해고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근로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수출 흑자 1조2000억 달러의 그림자… 기업 이익률은 2009년 이후 최저
실제 기업들의 속사정은 참담하다. 팩트셋(FactSet)이 중국 본토 상장사 5000곳을 조사한 지수에 따르면, 기업 이익률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철강과 콘크리트 등 전통 산업은 물론 전기차, 로봇, 화장품 등 신성장 산업까지 일제히 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자산 투자를 나타내는 고정자산 투자 역시 2025년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최소한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안전망 부재에 '저축'만 고집… 가계 지출 비중 세계 최저 수준
중국 경제가 내수 부진을 면치 못하는 근본 배경에는 미흡한 사회 보장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가정은 평균 소득의 약 3분의 1을 저축한다. 이는 미국(5% 미만)과 대조적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를 보면 2024년 중국의 가계 지출은 GDP 대비 40%에 불과했다. 세계 평균인 55%나 미국의 6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 층에서도 뚜렷하다. 베이징의 한 휴대전화 판매원은 월급 1000달러 중 400달러를 무조건 저축한다. 그는 "부모님이 아플 때를 대비해 최대한 아껴 쓰고 직접 요리하며 산다"고 전했다. 여기에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는 중산층의 자산 가치를 20~40%가량 떨어뜨리며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제조업 강국' 집착이 부른 함정… 90년대 일본식 장기 침체 우려
중국 당국은 가격 전쟁을 뜻하는 '내권(內卷·내부 경쟁 심화)'을 단속하고 내수 진작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산업 자립'과 '제조업 중심 성장' 목표가 오히려 과잉 생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정부는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통해 전략 산업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급급할 뿐, 한계 기업의 퇴출에는 소극적이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중국 내 전기차 제조사는 100개가 넘지만, 지난해 상반기 수익을 낸 딜러는 30%에 불과했다. 데이비드 장 자동차 분석가는 "기업 도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개입이 시장 원리에 따른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HSBC의 프레드 뉴먼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투자를 끊임없이 장려하는 구조가 결국 디플레이션 함정을 만들었다"며 "중국이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