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흑자 전년비 20% 급증… 대미 수출 30% 급감하자 유럽·아세안 ‘우회로’ 뚫어
주중 미 상공회의소 “지정학적 갈등 제쳤다… 중국 내부 ‘성장 둔화’가 기업 생존 최대 위협”
월드뱅크, 올해 中 성장률 4.4%로 하향… 4월 트럼프 방중·경기 부양책이 반등 변곡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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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에포크타임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중국 해관총서와 주중 미국상공회의소(AmCham) 데이터를 인용해 수출 지표의 호조 속에 가려진 중국 경제의 내수 침체와 기업들의 공포 심리를 심층 보도했다.
美 관세 폭탄 피해 ‘우회 수출’ 가속…캐나다와는 관세 인하 ‘빅딜’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14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1조2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나며 시장 예상치(3%)를 크게 웃돌았다.
주목할 점은 수출 지형의 변화다. 미국 시장으로 가는 수출길은 좁아진 반면, 유럽과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물동량은 대폭 늘었다. 지난달 대미(對美)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하며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재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47.5%에 이른다.
반면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12%, 아세안(ASEAN) 국가로의 수출은 11% 증가했다. S&P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시장으로의 중국 수출은 75%에서 최대 110%까지 폭증했다. 에릭 클라크 아큐베스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이 미국이라는 공급망 고객을 잃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 간의 교역이 늘어나는 거대한 흐름을 미국이 간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해 개별 국가와의 협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정부는 지난 16일 중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EV) 4만9000대에 대해 기존 100%였던 관세를 6.1%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그 대가로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 씨앗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랍스터와 게 등 수산물에 대한 보복성 관세도 철폐하기로 했다. 이는 올여름 시작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중국이 우군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외끌이’의 한계…내수 침체와 디플레이션 공포
수출 지표는 화려하지만 중국 경제의 내부 체력은 여전히 허약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수출에만 의존해 성장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며 “수출 주도 성장을 고집하면 글로벌 무역 긴장만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1년 내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협에 시달렸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바닥을 다지는 듯 보였지만,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여전히 -1.9%를 기록해 공장들이 물건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4%로 둔화하고, 2027년에는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린 송 ING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0.9%에 그쳐 전 세계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돌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행이 올해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0.1%포인트(10bp)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美 기업들의 공포 이동, “정치적 갈등보다 돈 못 버는 게 더 무섭다”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미국 기업들의 시각도 급변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사 368곳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 1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가 2026년 경영의 최대 리스크로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꼽았다. 지난 5년간 부동의 1위였던 ‘미·중 관계 긴장’을 제치고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최우선 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양국 관계 긴장’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58%로 2위에 머물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휴전에 합의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며, 시 주석 역시 연내 미국 답방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이미 얼어붙었다. 중국 상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으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는 6932억 위안(약 14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6년째 이어지며 가계 자산이 쪼그라들었고, 청년 실업률 고공 행진으로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미국상공회의소는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회원사(71%)가 당장 중국을 떠날 계획은 없다고 답했지만 경제성장 둔화와 불확실한 무역 관계가 신규 투자를 재고하게 만드는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다음 주 2025년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통계 조작 논란과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 이 수치가 중국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