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산업 피해 최소화 WTO·다자 공조 병행 대응 모색
이미지 확대보기미측 사전 서한…디지털 규제 이행 압박
2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대리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제1수신자로 한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신 참고인으로는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의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서한은 특히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미국 빅테크가 국내에서 망 사용료 부과, 클라우드 보안 규제(CSAP),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온플법) 등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조치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강화된 국내 규제에 대한 불만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SNS 선언…관세 15→25% 직격탄
이 사전 압박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모든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2025년 7월 30일 훌륭한 협정을 체결하고 10월 29일 방한 시 재확인했는데, 한국 국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직접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합의된 조건에 따라 관세를 신속히 인하해 왔으나 한국 입법부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정당화했다. 이는 한미 정상 간 합의(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25%→15% 인하)를 무효화하는 성격으로, 한국의 헌법적 입법권을 압박하는 동시에 무역 보복을 명시한 것이다.
자동차·제약 직격…망법·온플법 압박 배경
이번 관세 인상은 자동차·제약·목재 등 대미 수출 주력 품목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 규제 서한과 연계돼 망법·온플법 등 빅테크 규제 완화 요구를 뒷받침하는 '통합 압박 패키지'로 풀이된다. 미국은 정보통신망법 개정(불법·허위 정보 삭제 의무 부과)과 CSAP 강화 등을 "미국 기업 차별"로 간주해 왔으며, 이를 무역 합의 이행 조건으로 묶은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미국의 일방적 관세 인상은 국제 규범 위반이자 주권 침해"라며 WTO 제소 등 강경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트럼프식 압박' 재연…글로벌 불확실성 증폭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통상 분쟁이 아닌,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관세 활용' 전략으로 보고 있다. 사전 서한으로 경고한 뒤 SNS 선언으로 실행에 옮긴 패턴은 자국 정치 일정에 맞춘 오락가락 정책의 전형으로 기업들의 수출·투자 전략에 큰 불확실성을 키운다.
한국 정부는 산업 피해 최소화와 WTO·다자 공조를 병행한 대응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디지털 규제와 무역 합의를 연계한 미국의 통합 압박이 지속될 경우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미 동맹의 통상 마찰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