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숙련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H-1B 비자 제도에 고액 수수료와 각종 장벽을 도입하면서 미국 기술 산업이 인재 유출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에 인도는 역으로 글로벌 기술 인력을 흡수할 기회로 삼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기존의 10배 수준인 10만달러(약 1억4680만원)로 인상하는 등 제도 전반을 대폭 강화했다. 추가 심사 요건과 배경 조사 강화도 더해지면서 외국 출신 기술 인력의 미국 체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 “미국의 꿈, 비자에서 좌절”
인도 출신 엔지니어 쿠날 발은 지난 2007년 H-1B 비자 신청이 거절되면서 미국을 떠나야 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십과 정규직 기회를 얻었지만 비자 문제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결국 그는 인도로 돌아가 전자상거래 기업 스냅딜을 공동 창업했고 이 회사는 한때 기업가치 65억달러(약 9조5420억원)로 평가받았다.
발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정책 발표 직후 자신의 벤처펀드를 통해 비자 불확실성에 직면한 학생과 전문가들에게 자금·멘토링·인도 기술 생태계 진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미국 기반 창업자들로부터 60건이 넘는 제안이 몰렸다고 전했다.
◇ 인도, ‘브레인 게인’ 전략 본격화
인도 정부 역시 인재 회귀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바라트-탤런트, 바라트-리턴 등 프로그램을 통해 신속 비자 발급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약 4조3000억달러(약 6312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세계 4위 경제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인도로 거주지를 옮긴 기술 인력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과거보다 탄탄해진 인프라와 풍부해진 자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 환경이 배경으로 꼽힌다.
◇ 미국 기업들 “비자 대신 인도 채용”
미국 내에서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월마트와 코그니전트 등 주요 기업은 외국인 인력 스폰서십을 축소했고 미국 상공회의소는 비자 수수료 인상이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정부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가 이어지고 있다.
◇ “인도는 잠자는 거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출신의 토니 클로어는 지난해 인도 벵갈루루로 이주해 AI 기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는 “개발자 인재의 깊이와 혁신에 대한 개방성이 인도에 있다”며 “인도는 잠자는 거인이고 이제 세계가 이를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