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 안보가 최우선”…‘미국산 건조’ 100년 원칙 깨고 핀란드 기술 이식
러시아 40척 vs 미국 3척 ‘전력 열세’ 만회 총력…북극 에너지·안보 패권 재편 예고
2028년 실전 배치, 부산~유럽 ‘황금 항로’ 선점 경쟁 격화…물류 지도 바뀐다
러시아 40척 vs 미국 3척 ‘전력 열세’ 만회 총력…북극 에너지·안보 패권 재편 예고
2028년 실전 배치, 부산~유럽 ‘황금 항로’ 선점 경쟁 격화…물류 지도 바뀐다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BBC 방송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이 핀란드 설계를 바탕으로 총 11척의 차세대 쇄빙선을 확보해 북극해 통제권 강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기후 변화로 북극 뱃길이 열리고 자원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북극이 안보와 경제의 핵심 요충지로 떠오른 흐름을 반영한다.
‘존스 액트’ 장벽 넘은 안보 논리…핀란드 기술에 ‘러브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핀란드에서 쇄빙선 4척을 직접 구매하고, 나머지 7척은 미국 안에서 핀란드의 설계와 기술 지원을 받아 건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애초 미국 연안무역법(존스 액트)은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국가 안보’ 사유로 면제했다. 자국 조선업 보호보다 시급한 북극해 전력 보강을 선택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발표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공세적 군사 배치와 경제 침투에 대응하고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핀란드제 쇄빙선을 구매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핀란드는 전 세계 쇄빙선 80%를 설계하고 60%를 직접 건조하는 이 분야 ‘종주국’이다. 마우누 비수리 핀란드 국영 기업 아르크티아 최고경영자(CEO)는 “핀란드는 겨울철 모든 항구가 얼어붙는 지리 특성 탓에 100년 넘게 쇄빙 기술을 생존 수단으로 갈고닦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핀란드 라우마 해양 건설은 지난달 29일 첫 계약을 따냈으며, 오는 2028년까지 미국 해안경비대에 쇄빙선을 넘긴다. 나머지 선박은 핀란드 아케르 아크틱의 설계를 바탕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조선소에서 건조한다.
러 40척 vs 미 3척…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현재 러시아는 핵 추진 쇄빙선 8척을 포함해 약 40척에 이르는 쇄빙 선단을 운영하며 북극해를 사실상 독점한다. 반면 미국은 운용 가능한 대형 쇄빙선이 단 3척에 그쳐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키기도 힘겨운 처지다. 그마저도 노후화가 심해 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중국까지 ‘극지 실크로드’를 내세우며 5척이 넘는 극지 탐사선을 북극해에 투입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북극 이사회 옵서버 국가인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해 북극 항로를 공동 개발하는 등 미국을 압박해 왔다.
린 모르텐스가드 덴마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북극해는 항공모함조차 들어갈 수 없는 극한 공간”이라며 “쇄빙선이야말로 북극 국가로서 주권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유일한 해상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쇄빙선 없이는 자원 탐사도, 항로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류 혁명과 자원 전쟁…북극의 경제 가치
북극해 쟁탈전의 핵심은 ‘항로’와 ‘자원’이다.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 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거리를 약 40% 줄일 수 있는 ‘황금 노선’으로 주목받는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갈 때 수에즈 운하를 통하면 약 2만 2000km지만,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1만 3000km로 줄어든다. 물류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또한, 북극해 바닥에 묻힌 막대한 석유와 가스, 희토류 등 천연자원을 먼저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가 북극권에 매장돼 있다고 추정한다.
킴 살미 헬싱키 조선소 전무이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각자 선단을 구축하면서 북극해의 지정학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라며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이제 북극해 힘의 균형을 맞추고자 핀란드 기술에 의지한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번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노후 선단을 현대화하고 북극해 자원 보호에 힘을 쏟는다. 피터 립스키 전 미국 해군 장교는 “러시아는 북극을 통한 에너지 추출과 운송로 확보에 사활을 건다”라며 “쇄빙선 확보는 이러한 경제 침투를 막는 핵심 열쇠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