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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연방대법원, 트럼프 ‘연준 장악’ 시도에 제동 걸까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가 곧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19일(이하 현지시각) USA투데이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의 합법성을 심리하는 가운데 오는 21일 연준 이사 해임 권한을 둘러싼 또 다른 핵심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회 7명 가운데 한 명인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이 통화정책을 놓고 연준에 압박을 가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연준 이사를 직접 해임하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이번 심리는 미국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형사 기소할지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뤄진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금융시장은 큰 충격에 빠진 상태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이자 전 재무부 관료인 레브 메난드는 “이 사건은 쿡 이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파월 의장을 포함한 다른 연준 이사들까지 해임할 수 있는 길을 연방대법원이 열어줄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 금리 인하 압박하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자신의 기대만큼 빠르게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왔다. 그는 최근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파월 의장을 겨냥해 “연준이 도와줬다면 훨씬 쉬웠을 것”이라며 “그 사람은 곧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경기 부양과 고용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연방정부의 부채 부담도 줄어든다. 이는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이 그의 경제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준 독립성은 인플레이션 억제의 핵심”


그러나 연준은 단기 경기 부양이 장기적 경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등 생존한 전직 연준 의장 전원이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능력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실제로 얼마나 독립돼 있는지, 그리고 국민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직결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공회의소 역시 연준의 독립성이 “강한 경제와 금융 안정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독립성의 이점은 정책적 논쟁에 불과하며 이번 재판의 쟁점은 쿡 이사 해임 절차가 법을 따랐는지 여부라고 반박했다.

◇ 연방대법원 “연준은 성격이 다른 기관”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한 연방대법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 논리에 회의적인 신호를 보냈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쿡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직위를 유지하도록 한 결정을 즉각 뒤집지 않고 21일 공개 변론 이후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독립기관 수장들의 경우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임시 해임을 허용했던 것과 대비된다. 대법원은 앞서 공무원인사위원회와 전국노동관계위원회 이사 해임 사건을 다루며 연준은 “미국 제1·2은행의 역사적 전통을 잇는 독특한 구조의 준민간 기관”이라고 명시했다.

메난드 교수는 “법무부가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목표가 쿡 이사의 비위 여부가 아니라 연준 자체를 장악하는 데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 쿡 “범죄 혐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지난 2023년 연준에 합류하기 전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쿡 이사는 어떤 형사 기소도 받지 않았고, 관련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법은 연준 이사를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사유나 입증 절차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쿡 이사는 자신이 모기지 사기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며, 이는 통화정책 입장을 이유로 자신을 해임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쿡 측 변호인단은 “의회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혐의 찾기식 정치 공방’에 좌우되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연준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도 연준 정책에 대해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며 파월 의장을 비꼬는 발언을 했다.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연준의 독립성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이 미국 경제 전반에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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