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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의회, ‘그린란드 위협 철회’ 조건으로 미국과 무역합의 승인 검토

유럽의회가 지난 2022년 9월 14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공식 본회의장에서 본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의회가 지난 2022년 9월 14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공식 본회의장에서 본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위협 철회를 미국과의 무역합의 승인 조건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난항을 겪고 있는 미·유럽연합(EU) 무역합의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은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무역 파트너 간 합의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국가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타결한 미·EU 무역합의를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합의는 일부 조항이 이미 시행에 들어갔지만 공식 발효를 위해서는 유럽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그러나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논란을 키우면서 유럽의회 내부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무역합의 표결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린란드 문제가 미·EU 관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움직임이다.

◇ 유럽의회 내부 엇갈린 입장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의회는 다음 주 회의를 열 예정이다.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을 포함한 우파 계열은 예정대로 표결을 진행하자는 입장인 반면, 좌파 계열은 논의를 늦추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랑게 위원장은 “추가로 확인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며 “여러 사안을 검토한 뒤 다음 주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회는 이번 주 초 그린란드의 주권 문제를 무역합의와 연계하는 방안을 처음 논의했지만 당시 덴마크와 그린란드 당국자들이 워싱턴에서 미국 행정부를 설득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결론을 미뤘다. 그러나 상황은 뚜렷하게 진전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트럼프 “그린란드 협조 않으면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보건 관련 행사에서 “그린란드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EU 무역합의는 대부분의 EU산 제품에 대해 15% 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EU가 미국산 산업재와 일부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 합의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피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EU 내부에서는 합의 내용이 미국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50% 관세 적용 대상을 합의 이후에도 확대하면서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 “그린란드 위협, 반대론자에 명분 제공”


덴마크 출신의 페르 클라우센 유럽의회 의원은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주장을 철회할 때까지 무역합의를 ‘동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에 30명의 의원 서명을 모아 의회 지도부에 전달했다.

클라우센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새로운 합의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EU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실제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논쟁에 거리를 두고 있으며 무역합의 연기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EU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랑게 위원장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을 기존 합의대로 15% 수준으로 낮출 경우, 유럽의회가 무역합의 승인에 나설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이 미·EU 무역 관계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포함한 서방 동맹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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