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가 HBM 올인한 사이… 中 CXMT '5.7조 실탄' 들고 빈집 털이
HP·델 등 美 PC 업계, 공급난에 中 메모리 채택 검토… "적과의 동침"
데이터센터가 물량 싹쓸이… "메모리 품귀·가격 급등 2027년 말까지 지속"
HP·델 등 美 PC 업계, 공급난에 中 메모리 채택 검토… "적과의 동침"
데이터센터가 물량 싹쓸이… "메모리 품귀·가격 급등 2027년 말까지 지속"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스와 더레지스터 등 주요 외신은 14일(현지시각)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로 PC 출하량이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할 위기에 처했으며, 급해진 미국 PC 제조사들이 중국산 메모리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I 블랙홀에 빠진 메모리… "PC 출하량 2016년 수준 급락 경고"
시장조사업체 IDC는 "메모리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오는 2027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연구원은 지난 13일 더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2026년이면 해소될 것으로 봤던 공급난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며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공급 충격은 PC 시장을 강타했다. 메모리 부품값 상승으로 완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IDC는 2026년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최대 9% 감소한 2억6000만 대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이자 PC 시장 침체기였던 2016년과 비슷한 규모다.
독일 IT 매체 컴퓨터베이스는 14일 금융사 노무라 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엔비디아의 최신 AI 랙(Rack) 하나에만 최대 1.2페타바이트(PB)의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며 "샌디스크 등 주요 낸드 제조사가 기업용 SSD 가격을 이번 분기에만 두 배가량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물량을 빨아들이면서 일반 소비자용 제품 가격까지 덩달아 폭등하는 '도미노 현상'이 현실화한 셈이다.
틈새 파고드는 중국… HP도 "공급선 다변화 검토"
메모리 빅3(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HBM 등 첨단 공정에 집중하느라 범용 제품 감산 기조를 유지하자, 중국 CXMT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CXMT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40억 달러(42억 달러 추산)를 조달,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24년 매출이 2년 전보다 3배 급증한 30억 달러(약 4조3900억 원)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디지타임스는 "HP를 비롯한 미국 PC 제조사들이 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CXMT 메모리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당장 부품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적과의 동침'을 고려할 만큼 수급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현재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약 5%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XMT의 공정 기술이 선두 업체들과 1~2세대 격차까지 좁혀졌다고 평가한다. 폴 트리올로 DGA-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기술 정책 책임자는 "미국의 제재에도 CXMT가 기술 자립을 이뤄낸 속도는 업계를 놀라게 했다"고 지적했다.
기술 유출과 지정학적 리스크… "TSMC 전 엔지니어 실형"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이면에는 기술 탈취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전직 엔지니어가 중국 기업에 기술을 유출하려다 산업스파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의 반도체 인재들을 빼내기 위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유인하고 있으며, 한때 대만 반도체 인력의 약 3000명 이상이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 당국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국가안전법을 개정하여 경제 간첩죄를 신설했으며, 중국 기업의 위장 취업 및 기술 탈취 조사를 위해 중국 기업 수십 곳을 동시 급습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그레고리 앨런 고문은 "CXMT가 화웨이 등 중국 내 AI 칩 설계 업체에 HBM을 공급하게 되면 미국의 제재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이는 기존 글로벌 반도체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안보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 의회 일각에서는 CXMT를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고 PC '품귀'… 4년 전 CPU 가격이 두 배로
메모리 대란은 소비자 시장 풍경도 바꿔놓았다. 최신 DDR5 메모리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DDR4를 지원하는 구형 부품으로 몰리면서 '가격 역주행'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테크 매체 메이크유즈오브에 따르면, 4년 전 출시된 AMD '라이젠 7 5800X3D' CPU의 중고 거래가는 최근 600~800달러(약 87만~117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출시가인 450달러(약 65만 원)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일본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는 중고 PC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CNBC인도네시아는 "최신 DDR5 메모리 가격이 작년 10월 대비 3.5배나 폭등하자 소비자들이 중고 PC로 눈을 돌렸다"며 "상점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중고 제품을 고가에 매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미국 조립 PC 업체 프레임워크 역시 램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데스크톱 가격을 모델별로 40~460달러(약 5만~67만 원) 인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메모리 파동이 단순한 경기 순환(Cycle)이 아닌 구조적 변화(Structural Change)라고 진단한다. AI라는 거대한 수요처가 시장의 판을 흔드는 가운데, 범용 시장의 빈틈을 파고드는 중국의 추격과 이를 막으려는 서방의 제재, 그리고 기술 유출을 막으려는 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달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