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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트럼프 관세가 부른 자동차 '탈중국'… 현대차, 북미서 '기술 초격차' 승부수

미·중 패권 다툼에 글로벌 공급망 '헤쳐 모여'… 볼보, 지리와 결별 수순
독일 '기술' vs 중국 'AI' 생존 경쟁… 한국, 북미 거점 강화로 반사이익 조준
공급망 재편 비용은 '카플레이션' 청구서로… 중고차 시장 풍선효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 전쟁을 넘어 기술 패권 다툼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탈중국(De-China)'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 전쟁을 넘어 기술 패권 다툼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탈중국(De-China)'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 전쟁을 넘어 기술 패권 다툼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탈중국(De-China)'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5일(현지 시각) 디지타임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이 단순한 신기술 경연장을 넘어 국제 정치 논리가 자동차 산업 지형을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주는 분수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한 규제와 관세 장벽이 현실이 되자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부품사들이 생존을 위해 중국을 뺀 새로운 공급망 블록을 만드느라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전했다.

'원산지 증명'의 시대…볼보의 결단이 보여준 냉혹한 현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칩 하나, 소프트웨어 한 줄의 출처까지 낱낱이 밝혀야 하는 '검증의 시대'에 들어섰다. 미국 정부가 차량-사물 간 통신(V2X) 기술을 포함한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중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규제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 폭풍은 기업 간 오랜 협력 관계마저 갈라 놓았다. 스웨덴 완성차 브랜드 볼보의 행보가 대표 사례다. 볼보는 모기업인 중국 지리자동차와 플랫폼 공유를 멈추고, 독자 플랫폼 'SPA3' 개발과 함께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올해 재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결정타였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상수(常數)"라면서 "중국 색채를 지우지 않으면 북미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독일의 기술 초격차 vs 중국의 AI 생존법


이번 CES 2026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대응 전략은 뚜렷하게 갈렸다. '탈중국' 압박을 받는 볼보가 전시회에 불참하며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반면, 독일 브랜드는 압도하는 기술력을 뽐냈다.

BMW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세(Neue Klasse)'를 밑바탕으로 10분 충전에 300㎞를 달리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선보였다. 아마존 알렉사(Alexa)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사용자 경험을 끌어올린 점도 눈길을 끌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차량 내 AI 애플리케이션을 시연하며 '개방형 협력'을 생존 열쇠로 꼽았다.
반면 중국 브랜드들은 안방 시장의 출혈 경쟁과 마진 압박을 이겨내려고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앞세웠다. 막대한 내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고도화해 해외 시장을 뚫겠다는 전략이지만 데이터 보안을 문제 삼는 서방 규제를 넘을지는 미지수다.

부품업계의 변신도 매섭다. 독일 보쉬는 "더는 단순 부품사가 아니다"라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보쉬는 2030년까지 인포테인먼트 매출을 현재 23억 달러(약 3조3200억 원)에서 200억 달러(약 28조9300억 원) 규모로 8배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 역시 올 중반 고객 인도를 목표로 한 '아필라(Afeela) 1' 양산형 모델을 공개하며 "자동차는 가전의 연장"임을 증명했다.

현대차그룹, '북미 올인'과 '로봇'으로 위기 넘는다


미국의 중국산 배제 정책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동시에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북미 진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시장 점유율을 늘릴 기회를 잡았다.

현대차그룹은 미 조지아주 신공장(HMGMA) 조기 가동으로 관세 리스크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현지화'다. 배터리와 핵심 전장부품의 탈중국 비중을 올해 안에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질서에서 '핵심 파트너' 자리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규제는 한국 부품사의 비용 부담을 늘리겠지만 투명한 공급망을 갖춘 기업에는 독점 지위를 누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제조를 넘어선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이번 CES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휴먼 프로그레스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삶을 돕는 지능형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망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몫…'카플레이션' 그림자


기업들의 필사적인 생존 경쟁 뒤에는 '청구서'가 기다린다. 공급망을 새로 짜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관세 인상분은 결국 신차 가격 인상(카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구독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내며 주가가 오르겠지만,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 부담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 양상까지 바꾸고 있다. 신차 가격이 치솟자 중고차 수요가 늘어나고, 차량 소유 기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들은 "기술은 앞서갔지만 소비자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진 모순된 상황"이라면서 "중국을 뺀 공급망 구축 비용을 누가, 얼마나 감당할지가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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