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트블루 급강하 원인은 'SW 오류'…방사선에 데이터 손상 확인
항공사들 '2시간 패치' 총력전…추수감사절 운항 대란 방어
항공사들 '2시간 패치' 총력전…추수감사절 운항 대란 방어
이미지 확대보기제트블루 급강하, 범인은 '우주 입자'
사태의 발단은 지난 10월, 멕시코 칸쿤발 뉴욕행 제트블루(JetBlue) 항공기에서 발생한 기수 급강하 사고였다. 조종사의 조작 없이 기체가 갑자기 아래로 쏠리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미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조사 결과, 원인은 기계 결함이 아닌 '데이터 손상'이었다.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A320의 자세를 제어하는 승강타 및 에일러론 컴퓨터(ELAC)다. 특정 버전(L104)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ELAC가 고고도 비행 중 강력한 우주방사선(Cosmic Rays)에 노출될 경우, 반도체 메모리 값이 임의로 바뀌는 '비트 플립(Bit Flip)'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 오류가 비행 제어 데이터를 왜곡시켜 기체를 급강하하게 만든 것이다. 에어버스는 즉시 기술 지침(AOT)을 배포하고 "태양 복사가 비행 제어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항공사들, '2시간 패치'로 셧다운 방어
세계 최대 A320 운영사인 아메리칸항공은 보유 기체 209대에 대해 주말 내내 정비 인력을 총동원했다. 대당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소프트웨어 패치 작업을 강행군한 끝에 금요일 내 업데이트를 완료, 결항 사태를 막았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대상 기종이 적어 피해가 미미했다.
반면 대응이 늦거나 대상 기종이 많았던 아시아권은 진통을 겪었다. 일본 ANA는 하루에만 95편을 취소하며 1만 3000명의 발을 묶었고, 인도의 인디고(IndiGo)와 에어인디아는 합쳐서 350대가 넘는 항공기가 영향을 받아 지연이 속출했다.
SW 패치냐 부품 교체냐…엇갈린 운명
이번 사태는 항공사별 보유 기종의 연식에 따라 명암이 갈렸다. 에어버스에 따르면, 대상 항공기 중 약 5,000대는 단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구버전 복구만으로 30분~2시간 내 해결이 가능하다. 아메리칸항공이 위기를 빠르게 넘긴 비결이다.
문제는 나머지 1,000여 대의 구형 모델이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패치가 불가능해 물리적인 하드웨어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부품 수급과 정비 스케줄을 고려하면 수주 간 운항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남미의 아비앙카가 12월 초까지 일부 항공권 판매를 중단한 것도 보유 기체의 상당수가 이 '하드웨어 교체'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잉 제친 에어버스, '디지털의 역설' 직면
이번 사태는 '하드웨어의 보잉' 대 '소프트웨어의 에어버스'라는 대결 구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사 보잉이 '도어 플러그 이탈' 등 물리적 품질 문제로 추락하는 사이, 에어버스는 A320을 앞세워 단일 통로기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들이 자랑하던 고도화된 전자식 비행 제어(Fly-by-wire) 시스템이 우주 환경 변수라는 새로운 아킬레스건을 노출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조기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반도체 미세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항공기는 우주방사선 등 자연 발생 전자기 간섭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리콜 사태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인 항공기가 디지털화되면서 겪어야 할 필연적인 성장통이자, 에어버스가 넘어야 할 새로운 기술 장벽임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