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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AI칩 90% '철옹성'…AMD 추격·미중 규제 '이중 장벽'

'블랙웰' 신기술로 5조 달러 돌파…쿠다 생태계로 경쟁사 압도
AMD·빅테크 '반(反)엔비디아' 공세 속 '최대 시장' 중국 규제 장벽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AI 칩의 제왕 엔비디아, '황의 제국'은 영원할까?

생성형 인공지능(AI)이 2022년 세계를 강타한 이래, 엔비디아는 'AI 칩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독주 체제를 굳혀왔다. 2025년 기준 AI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의 약 90~92%를 장악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10월 말 기업가치 5조 달러(약 7200조 원)라는 경이적인 이정표를 세운 엔비디아는, 올해 AI 반도체 매출만으로 주요 경쟁사 두 곳의 총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AI 골드러시가 정점에 달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너무 빠르다'는 우려와 함께 거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이를 일축했지만, 시장은 엔비디아의 독주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랙웰과 GB200: 독주의 기술적 기반

엔비디아가 왕좌를 지키는 핵심 비결은 압도적인 기술력에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고 수익원은 미국 국립과학원 최초의 흑인 회원이던 수학자 데이비드 블랙웰의 이름을 딴 '블랙웰(Blackwell)' AI 가속기 제품군이다. 이전 세대인 호퍼(Hopper)와 함께, 이들 칩은 최신 AI 모델 훈련에 필수적인 연산 처리 능력을 제공하며, AI 학습과 추론 모두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본래 비디오 게임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서 파생된 이 칩은, 수천 개의 코어가 동시에 여러 연산을 수행하는 병렬 처리 능력 덕분에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거듭났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며 신경망을 훈련하는 작업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블랙웰은 AI 훈련 성능에서 호퍼보다 2.5배 뛰어나다. 이 새로운 설계는 반도체의 기본 단위인 트랜지스터가 너무 많아 기존 방식으로는 단일 생산이 불가능하며, 실제 두 개의 칩을 고속으로 연결해 마치 하나처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결합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두 개의 블랙웰 GPU와 한 개의 그레이스(Grace) CPU를 결합한 'GB200 슈퍼칩'을 포함,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압도적 점유율과 '움직이는 기차' 전략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데이터 센터 GPU 시장의 90~92%를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독점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CUDA)와 고객이 칩을 대량 구매해 신속하게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 클러스터 시스템까지 통합 제공하며 생태계를 구축했다.

경쟁사들이 추격할 수 없는 속도로 신제품을 내놓는 것도 엔비디아의 핵심 전략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신제품을 홍보하는 한편, "업계 혁신을 위한 전례 없는 헌신"을 강조하며 해마다 새로운 주력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전략은 경쟁사들에게 '달리는 기차'를 잡으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수요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경영진은 구형 모델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주문이 밀려있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 10월 말, 엔비디아는 앞으로 5분기 동안 데이터 센터 부문에서 약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로 가장 낙관하던 분석가들조차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와 데이터 센터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을 발표하며 엔비디아의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처럼 국제 AI 수요 급증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짧은 기간에 경쟁자들이 이 점유율을 추격하기는 쉽지 않은 구도다.

'독주' 막아라…AMD·빅테크의 거센 추격


하지만 이 거대한 질주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AI 기술의 바탕이 되는 용도가 아직 이러한 거대 투자를 정당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거품론'이 제기된다.

경쟁사들의 추격도 매섭다. AMD와 인텔은 AI 칩 시장에서 각각 약 3~8% 수준의 점유율로 엔비디아에 크게 뒤처져 있으나, 엔비디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AMD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오라클에 새로운 AI 가속기 '인스팅트(Instinct)'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엔비디아의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AMD의 리사 수 CEO는 자사 AI 칩 시장 규모가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한때 반도체 제왕이었던 인텔은 AI 가속기 시장 재진입에 고전하며,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인텔은 오히려 엔비디아와 협력해 PC 및 데이터 센터 칩을 결합하는 길을 택했다.

역설적이게도 엔비디아의 신뢰할 만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은 최대 고객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이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사보다 무서운 '미·중 지정학 리스크'


엔비디아의 독주에 가장 큰 균열을 낸 것은 경쟁사가 아닌 미국과 중국 정부다. 지정학 위험은 '황의 제국'을 위협하는 가장 현실적인 위협이다.

지난 4월,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기능을 축소한 H20 칩의 공급을 미국 정부가 금지함에 따라 55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 규모의 재고 상각을 단행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후 미국 정부가 H20의 판매를 다시 승인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 제품을 피하라고 지시하며 보복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중국과의 거래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유익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AI의 구성 요소를 제공하지 않으면,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해 결국 미국의 기술 리더십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이 워싱턴 정치권에서 일부 공감을 얻었으나,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의 문을 다시 활짝 열어줄 구체적인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이처럼 탁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능력과 과감한 신제품 출시 전략으로 AI 칩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해당 지위를 굳건히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MD와 인텔의 추격, 그리고 빅테크 기업과 각국의 자체 AI 칩 개발 움직임이 장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엔비디아가 확실한 승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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