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분기 매출 40% 급증·점유율 70%…'성장성·가치평가' 우위
ASML, EUV 100% 독점 '기술 해자' 굳건…'품질'은 근소한 우위
ASML, EUV 100% 독점 '기술 해자' 굳건…'품질'은 근소한 우위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혁명 시대를 맞아 반도체 제조 분야의 두 거인이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 최첨단 프로세서 생산에 필요한 노광 장비(EUV) 시장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ASML 홀딩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지만, AI 거대 흐름(메가트렌드)에 편승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누가 더 강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 칩에 대한 전례 없는 수요 속에서, 두 AI 수혜주 중 어느 기업이 현재 더 강력한 투자 가치를 지니는지 분석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각) 독일 언론 애드혹 뉴스에 따르면 두 기업의 성장 궤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CAGR)은 TSMC가 20.46%로 ASML(18.84%)을 근소하게 앞섰다. 특히 최근 실적은 놀랍다. 2025년 3분기 매출은 견고한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0.8% 급증한 331억 달러(약 47조 원)에 이르렀다. 반면 ASML은 같은 분기 0.6% 성장에 그쳐, EUV 장비 출하 조정기(Viewing Cycle)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TSMC는 앞으로 연간 약 20%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ASML 경영진은 2025년 연간 순매출이 2024년 대비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2030년까지는 연간 440억 유로(약 73조 원)에서 600억 유로(약 99조 원) 사이의 매출을 전망했다. TTM(과거 12개월) 기준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TSMC가 60.71%, ASML이 59.94%로 팽팽했다.
각사가 장악한 시장의 지배력은 대조적이다. TSMC가 주도하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2024년 약 1485억 달러(약 214조 원)에서 2034년 2600억 달러(약 376조 원) 규모로 연평균 5.75%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TSMC의 지배력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2025년 2분기 기준,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70.2%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패권은 3nm, 5nm, 7nm 등 최첨단 공정의 폭발적인 수요에서 비롯되며, 이들 공정은 2025년 3분기 총 웨이퍼 매출의 74%를 차지했다.
ASML이 속한 리소그래피 장비 시장은 2025년 464억 달러(약 67조 원)에서 2035년 1039억 달러(약 150조 원)로 연평균 8.4%의 더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이 네덜란드 기업의 지위는 80%의 시장 점유율로 더욱 압도적이다. 특히 첨단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기술은 ASML이 100% 독점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ASML의 순 수주액 54억 유로(약 8조 9800억 원) 중 EUV 시스템이 36억 유로(전체 장비 매출의 67%)를 차지할 정도다.
'효율'의 TSMC vs '집중'의 ASML…R&D 전략도 딴판
기술 주도권이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 방식도 다르다. TSMC는 2024년 매출의 7.1%를 R&D에 할당하는 고효율 혁신 모델을 운영한다. 2025년 3분기 R&D 지출은 약 23억 달러(약 3조 3300억 원) 수준이다. 2025년 3분기, 7nm 이하 첨단 기술이 웨이퍼 매출의 74%를, 최신 3nm 공정이 23%를 담당한 것이 그 성과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사와의 설계 공동 최적화(Design Co-Optimization)를 통해 2nm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와 3nm N3E 공정을 준비 중이다. 반면 ASML은 '업계 조력자'로서 더 높은 R&D 집약도가 필요하다. 2025년 3분기 매출의 14.8%(11억 1000만 유로)를 R&D에 지출했으며, 차세대 노광 시스템인 '하이-NA(High-NA) EUV' 개발에 집중, 2nm 이하 하위 공정용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TSMC, 인텔, 삼성 등 전 세계 파운드리 전체가 ASML의 고객이다.
지배적 지위 탓에 두 기업 모두 높은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웃돈을 받고 있다.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TSMC가 24.13배, ASML이 36.42배로 격차가 있다. 주가수익성장비율(PEG)로 보면, TSMC의 선행 PEG는 약 1.01로 미래 성장 전망과 주가가 적절히 부합함을 시사한다. 반면 ASML의 선행 PEG는 약 1.75로 더 높은 웃돈이 붙어있다. ASML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기술 웃돈이 반영된 셈이다. EV/Sales(TTM) 값도 TSMC(10.8배)보다 ASML(11.6배)이 소폭 높다. 다만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은 2.3%(TSMC)와 2.6%(ASML)로 비슷한 수준이다.
수익성·경쟁 우위 ‘해자’ 분석
수익성은 TSMC의 2025년 3분기 매출총이익률이 59.5%로, 51.6%를 기록한 ASML을 앞섰다. 공정 내재화를 통한 강력한 가격 협상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균형을 보여주는 '40의 법칙(Rule of 40)' 지표에서도 TSMC는 65.1%(매출 성장 40.8% + FCF 마진 24.3%)로, 27.6%(매출 성장 0.6% + FCF 마진 27%)에 그친 ASML을 압도했다.
두 기업의 경쟁 우위, 즉 '경제적 해자'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TSMC의 해자는 막대한 규모의 경제, 제조 우수성, 그리고 70%의 시장 점유율에서 나오는 깊은 고객 신뢰다. 칩 설계사 처지에서는 파운드리를 교체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복잡성을 야기해 고객 이탈이 어렵다. ASML의 해자는 더욱 절대적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수천 개의 특허와 독점 전문성이 지키는 EUV 리소그래피 독점은 사실상 복제가 불가능하다. TSMC, 삼성, 인텔 등 최첨단 칩을 만들려는 모든 기업은 ASML의 장비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가치 평가, 성장성, 품질, 추진력 4개 부문(각 25점)으로 정량 평가한 결과, TSMC가 88점으로 80점을 받은 ASML을 앞섰다. 세부적으로 TSMC는 가치 평가(20점)와 성장성(23점), 추진력(22점)에서 우위를 보였고, ASML은 기술 독점력을 바탕으로 한 품질(24점)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TSMC는 막대한 시장 점유율과 뛰어난 수익성, 합리적인 가치 평가를 겸비한 투자처로 분석됐다. 다만 대만 지정학적 위험과 애플, 엔비디아 등 소수 고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약점으로 꼽혔다. 반면 ASML은 높은 가치 평가가 부담되지만, 흔들리지 않는 기술 독점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과가 보장되는 '궁극의 장비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성장 추진력 둔화가 단기적 약점이다.
두 기업 모두 의심할 여지 없이 AI 붐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현재 TSMC가 성장성과 수익성, 가치 평가의 조합 면에서 더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고서는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엣지 컴퓨팅 수요를 바탕으로 두 기업 모두 2030년까지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