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질 때 갈아타면 된다”...‘위험한 낙관론’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변동금리모기지(ARM) 대출은 초기 몇 년간 고정금리 대출보다 낮은 이자율을 제공하지만, 3~10년 후 금리가 재조정되면서 시장 금리가 오르면 월 상환액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구조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택 구매자들이 “향후 금리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ARM 대출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만기 이전에 금리가 떨어지면, 재융자를 통해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ARM의 경우 만약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실직이나 소득 감소 등으로 신용 조건이 악화될 경우 재융자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리스크로 꼽힌다.
모기지 기술업체 옵티멀 블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5일간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는 6.15%였고, 5년 또는 7년 만기 ARM 대출의 평균 금리는 이보다 낮은 5.46% 수준이었다.
ARM 신청 비율은 2021년 초만 해도 3% 미만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주가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미국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10월 3일로 끝난 한 주간 전체 모기지 신청 중 약 10%가 ARM 형태였다.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ARM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향후 금리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차주들이 상당한 상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며 ‘위험한 베팅’이라고 경고했다.
WSJ은 “미국 내 주택 가격이 2019년 이후 50%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자, 주택 구매자들이 ‘매달 상환 가능한 수준의 대출’을 찾기 위해 점점 더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모기지 대출기관 페니맥의 소비자 대출 책임자인 스콧 브리지스는“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서 월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를 찾는 차주가 늘고 있다”면서 “5%대 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ARM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통상 모기지 금리는 미국 정부의 국채 금리와 연동되지만, ARM은 단기 금리와, 고정금리 모기지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론디포트(LoanDepot)의 최고투자책임자이자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제프 더거라히언은 “차주들 사이에서는 이제 금리가 더 오르기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단기금리를 인하했지만, 12월 또 한 차례 인하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경우 모기지 금리도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된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 향방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은 변수다.
변동금리 모기지의 활용은 과거에도 크게 증가한 적이 있다. 2004~2005년에는 미국 전체 모기지 신청의 약 3분의 1이 변동금리 대출이었고, 당시 차주들은 초저금리에 매료돼 ARM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몇 년 후 금리가 재조정되면서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자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이후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수백만 명의 주택 소유자가 압류를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