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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희토류 수출 규제 12월 시행…한국 전기차·반도체 '직격탄' 우려

중국 의존도 50~80% 달하는 한국 기업 비상…미중 무역전쟁 확전에 '샌드위치' 신세 경고등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전면적인 수출 통제를 12월부터 시행하면서 중국산 희토류에 50~80%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전면적인 수출 통제를 12월부터 시행하면서 중국산 희토류에 50~80%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GPT4o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전면적인 수출 통제를 12월부터 시행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무대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희토류에 50~80%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16(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면 전 세계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외국인 직접 생산 규칙' 도입, 글로벌 공급망 전면 통제 시도


중국 상무부가 지난주 발표한 새로운 수출 통제 체제는 중국산 희토류가 극소량이라도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려는 외국 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조치가 미국이 1959년부터 반도체 수출 통제에 사용해온 '외국인 직접 생산 규칙(FDPR)'을 중국이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어 무역대표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겨냥한 경제 강압"이라며 "인공지능(AI) 시스템과 첨단 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일반 소비재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해군 무기 체계의 91.6%가 중국이 통제하는 광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F-35 전투기, 버지니아급 잠수함, 토마호크 미사일 등 핵심 방위 시스템이 희토류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무역 협상단의 리청강 수석 대표가 지난 8월 워싱턴을 방문해 "매우 무례하게" 행동했으며, 미국이 중국 선박에 항만 사용료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12월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 11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받았다.

한국 기업 이중 압박...중국 의존도 여전히 높아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은 희토류의 약 5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전기차 모터의 핵심 소재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중국 의존도가 80%에 달한다. 지난 8월 한국은 베트남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 협정을 체결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했지만, 베트남의 생산 확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지난 4월 중국 정부가 한국의 변압기 제조업체 최소 2곳에 공식 서한을 보내 중국산 중희토류가 포함된 전력 장비를 미국 군수업체나 미군에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한 사실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배터리, 디스플레이, 전기차, 항공우주, 의료기기 분야의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생산 현장에서는 "희토류가 전기차와 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사실상 모든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라서 "한국도 배터리와 전기차용 소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는 공급망 다변화 시 제조 원가가 20~35% 상승해 수익성과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APEC 정상회의 앞두고 협상 카드 제시


한편 오는 29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할 예정인 가운데, 양국은 무역전쟁 완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베선트 장관은 회담 전망을 "낙관적"으로 봤지만, 중국이 수출 통제 시행을 연기하지 않으면 미국도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몬태나대학 크리스틴 베카시 교수는 "중국은 아직 수출 제한을 발동하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워싱턴에 상기시키고 있다""베이징이 희토류 공급망의 지배적 지위를 무기화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중국이 무역과 제조업 지배력을 지정학적 목표 달성에 활용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서방 정책 입안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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