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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美 필라델피아서 12척 수주…‘마스가’로 미국 상업 조선 재도약

10척 내수 탱커 현지 건조·2척 LNG선 거제 제작…연간 생산 20척 체제 구축
한화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 미국 조선소의 활약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내수용 탱커 10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 등 총 12척을 수주하며 미 상업 조선시장 재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이 계약은 현지 조립·건조 10척과 경남 거제 조선소 제작 후 이송·최종 점검 2척으로 나뉜다.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는 지난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매입됐으며, 한화는 이곳에 50억 달러(약 7조13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연간 건조 능력을 현재 1척에서 최대 20척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전략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조선업 현주소와 비용 격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조선소는 100만여 명을 고용하며 상업·군수선 제작을 주도했으나, 전후 쇠퇴해 현재는 미 해군 함정 건조와 수리에 국한된 상태다. 상업용 선박 건조량은 지난 10년간 37척에 불과해 한국(2405척)과 큰 차이를 보인다.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국 내 항만 간 운송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등록·운영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탱커 1척당 미국 현지 건조 비용은 2억2000만 달러(약 3130억 원)를 넘는 반면, 한국·중국 조선소에서는 4700만 달러(약 670억 원)에 불과해 약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과제


한화해양의 라이언 린치 최고경영자는 “기술 이전과 숙련 인력 양성이 완료되면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선체 설계부터 장비 탑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순수 자본 투자만으로 미국 상업 조선업의 자립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라자스 해양자문사 바실 카라자스 대표는 “지속 가능한 부흥을 위해선 강한 철강산업, 고숙련 인력, 첨단 설계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기자단에게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화는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프라 개선을 위해 도크 확장과 대형 크레인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현지 조선·해양 분야 협력사 20여 곳과 기술 협약을 맺어 장비 수급망을 확보했다.

금융 리스크·시장 수요 전망


LNG선 2척 건조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추산에 따르면 선박당 1억5000만 달러(약 213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탱커 10척을 자사 선단에 추가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량은 올해 30척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으며, 내년에도 20% 증가가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우선 내수 탱커 시장에서 기술 검증과 자금 회전을 성공시켜야 대규모 상업 조선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서 “향후 미국 내 해운사와의 계약 성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상업 조선 부흥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한국형 조선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해외로 이전하는 시험 무대”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현지에서 숙련 인력 양성 기간이 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초기 성과 창출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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