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미국 증시에서 다국적 기업과 수출 기업들이 내수 중심 기업들과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집계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50개 대형주 지수는 올해 들어 21% 급등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타플랫폼스, 필립모리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이 이 지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S&P 500을 웃돌았다.
반면 내수 의존도가 큰 T모바일, 타깃 등이 포함된 지수는 5% 상승에 그쳤다. 이는 달러 약세에 따른 수혜가 제한된 데다 수입 원가 상승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해외 매출을 보유한 기업들에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븐 잉글랜더 글로벌 외환 전략 총괄은 “약한 달러는 기업들에 터보 부스트를 주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고 FT가 전했다.
달러는 올해 주요 통화 대비 약 10% 하락하며 2000년대 초반 이후 최악의 연간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경제 정책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비중을 재조정하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조가 겹치면서 하락세가 심화됐다.
달러 약세는 해외 매출을 달러로 환산할 때 이익을 키우고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높인다. 반면 해외에서 원자재나 제품을 사와야 하는 내수 중심 기업들은 부담이 커진다. UBS의 샤합 잘리누스 외환 전략 책임자는 “수입 의존도가 큰 소규모 기업은 피해를 보겠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은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달러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기업 간 실적 격차가 3분기 어닝 시즌에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의 주식 전략가 스콧 크로너트는 “달러 약세는 초기에는 우려가 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가 본격화되면 기업 실적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