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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에 걸친 품질경영,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전환기의 경쟁력

자율주행·전동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
3대에 걸쳐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품질 철학
품질로 증명한 미래 경쟁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품질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품질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완성차 산업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소프트웨어기반자동차(SDV)가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기술의 진보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술 경쟁보다 한발 앞서 품질과 안전이라는 기본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거둔 성과는 이러한 전략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 안전 평가에서 2년 연속 ‘가장 안전한 차’ 최다 선정 기록을 세웠다고 23일 밝혔다. 아이오닉 9과 EV9을 포함해 총 21개 차종이 TSP+와 TSP 등급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자동차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선정 실적을 기록했다. 평가 기준이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모델 전반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는 점은 전동화 전환기에도 품질 경쟁력이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주영의 문제의식, 정몽구의 결단…품질을 체질로


현대차그룹의 품질 중심 전략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 뿌리는 정주영 창업회장의 문제의식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정 창업회장은 자동차 산업을 단순한 제조업이 아닌 신뢰 산업으로 인식했다. 자동차 한 대가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품질은 선택이 아니라 존재 이유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기에 본격적인 품질경영 체계로 진화했다. 정 명예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이나 물량 확대가 아닌 품질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논란이라는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었고, 이를 넘지 못하면 성장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그룹 전반에 공유됐다.

정 명예회장의 품질경영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국내외 공장을 직접 찾아 생산 공정과 마감 상태를 점검했고, 작은 결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임원들에게는 “품질은 비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 목표보다 품질 지표가 우선 관리되는 체계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는 조직 문화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경영 기조는 연구개발 체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충돌 안전과 내구 시험이 대폭 강화됐고, 글로벌 품질 센터를 중심으로 사전 검증 절차가 체계화됐다. 단기간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현대차와 기아는 내구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글로벌 소비자들의 평가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렸고, 이는 판매 확대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의선의 선택, 전동화 시대에도 타협하지 않는 품질


정의선 회장은 이러한 품질경영의 유산을 미래 모빌리티 전략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전동화와 자율주행, SDV 전환을 주도해 왔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품질과 안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본기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인식 아래, 전동화 시대에는 오히려 기존보다 더 높은 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순.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앞줄 왼쪽부터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순. 사진=뉴시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이러한 철학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충돌 시 에너지 분산에 유리한 차체 구조와 초고장력강 확대 적용, 배터리 보호 설계 등은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안전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오닉 9과 EV9이 IIHS 평가 전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것도 이러한 설계 철학이 실증적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전동화가 곧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을 품질로 정면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 체제에서 품질의 개념은 한 단계 더 확장됐다. 과거가 불량을 줄이고 내구성을 확보하는 품질이었다면, 현재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품질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SDV 환경에서는 하드웨어 결함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오류 역시 안전과 직결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충돌 예방 기술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하는 통합 품질 개념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속도보다 신뢰…미래 모빌리티 경쟁의 기준은 품질

업계에서는 모빌리티 경쟁의 본질이 속도 경쟁에서 신뢰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고 발생 시 파급력은 커지고, 완성차 업체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책임 역시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품질과 안전은 기술 상용화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으며, 이는 규제 환경과도 맞물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 역시 품질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안전과 신뢰에 대한 기준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기술만 앞선다고 시장을 지배할 수 없는 환경에서, 품질은 브랜드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품질 경쟁력은 특정 차급이나 동력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모델 전반에서 일관된 안전 성과를 확보하며 전동화 전환기에도 균형 잡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급격한 기술 전환 속에서도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주영 창업회장의 문제의식, 정몽구 명예회장의 체질화된 품질경영, 정의선 회장의 미래형 품질 전략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기술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지만, 품질이라는 경쟁의 기준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품질로 미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기술력 핵심 E-GMP플랫폼.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기술력 핵심 E-GMP플랫폼. 사진=글로벌이코노믹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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