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트럼프 "역사상 첫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 미국 대통령…왕실 30년 동경 결실

브렉시트 무역협상 위해 윈저성서 전례없는 환대…혐오범죄 단속·언론인 기소 암시도 파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헨리 후드 자작과 함께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헨리 후드 자작과 함께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을 하는 미국 대통령이 되며 전례 없는 화려한 왕실 환대를 받고 있다고 CNN이 지난 16(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브렉시트 후 절실한 무역협상을 위한 외교 카드로 트럼프의 30년간 이어진 왕실 동경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대 4번의 미국 대통령 국빈방문 가운데 절반 독차지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6일 저녁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영국 공군 장관과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 등의 환영을 받았다. 이번 방문으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두 번째 영국 국빈 방문을 하는 인물이 됐다.

영국 왕실이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에게 국빈 방문 대접을 제공한 것은 총 4차례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지난 2019년과 이번을 포함해 2차례를 차지하면서 전체의 절반을 기록했다. 관례로는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 국빈 방문은 한 번으로 제한됐다는 점에서 드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윈저성을 방문했을 때는 검은색 레인지로버로 이동하며 소수의 경비병만이 맞이하는 소박한 개인 오찬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오후 차와 간단한 궁전 구경으로 만족해야 했다.

레드카펫부터 공군 곡예팀까지 '트럼프 맞춤' 환대


영국 왕실은 트럼프의 취향을 겨냥한 특별한 환대를 준비했다.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공식 일정은 윈저성 마차 행렬로 시작된다. 기마 기병대가 호위하는 가운데 동쪽 잔디밭에서는 영국 공군 곡예팀 '레드 애로우즈'의 공중 공연과 '비팅 리트리트(Beating Retreat)' 군사 의식이 펼쳐진다.

이는 국빈 방문에서 처음 하는 행사들이다. 세인트 조지홀에서 열리는 만찬에서는 14세기 가터 기사단 창설 이후 모든 기사들의 문장으로 장식된 천장 아래에서 건배와 연설이 이어진다.
로버트 레이시 왕실 역사학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에게 비위를 맞추고 있다""그는 윈저성에 머물며 자신이 존경하는 고() 여왕에게 예를 표하고 국왕을 만날 기회가 없다면 영국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육군과 왕립 공군의 그레나디어 근위대, 콜드스트림 근위대, 스코틀랜드 근위대 및 군악대원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육군과 왕립 공군의 그레나디어 근위대, 콜드스트림 근위대, 스코틀랜드 근위대 및 군악대원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30년간 이어진 왕실 동경, 거짓 소문까지 퍼뜨려


트럼프의 왕실에 대한 동경은 30년 이상 이어졌다. 지난 1993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당시 찰스 왕세자와 별거 중이던 다이애나 공주에 대해 "섹시하다.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영국 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찰스와 다이애나가 트럼프 타워 500만 달러(69억 원) 짜리 21개 방 아파트 구매를 고려한다거나, 마라라고 리조트 회원 가입비 5만 달러(6900만 원)를 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버킹엄 궁은 이를 "완전한 헛소리"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9년 방문 후에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근위병을 "70년 만에 처음" 사열했다고 거짓 주장했다. 당시 여왕 재위 기간은 66년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골프장과 리조트 정문에 영국 왕실 문장을 무단으로 걸어두기도 했다.

브렉시트 후 무역협상 위한 전략적 '당근'


이번 국빈방문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한창인 시점에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무역협정을 위한 전략적 당근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국빈 방문이 장사 지렛대로 쓰인 경우가 있다. 지난 1978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도 국빈 방문을 받았는데, 이는 2억 파운드(당시 3760억 원) 규모의 항공우주 협정 체결 직전이었다.

영국은 트럼프를 윈저성이라는 떨어진 공간에 머물게 함으로써 시위 가능성과 영향을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2019년 방문 당시 런던 상공에 떴던 기저귀를 찬 '트럼프 베이비' 풍선 시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막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중 참여 행사 없이 스타머 총리와의 만남도 런던이 아닌 시골 관저에서 가질 예정이다.

혐오범죄 단속 강화와 언론인 기소 암시 논란


한편 워싱턴에서는 팜 본디 법무장관이 행정부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혐오 발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을 "겨냥할 것"이라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본디를 언급하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어쩌면 그들이 당신을 쫓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행정부가 언론인을 기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카시 파텔 FBI 국장은 찰리 커크 살인 사건 수사와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 문제로 의회에서 의원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영국의 이번 전례 없는 대접은 트럼프의 왕실에 대한 오랜 동경과 어우러져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외교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