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토안보부 대규모 이민 단속 후 한국 정부가 전원 석방 추진, 조만간 귀국 돌입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정부 부처와 경제계, 기업이 한 목소리로 협력한 끝에 구금자들의 석방 협상이 마무리됐다”며 “행정 절차만 마치면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태우고 항공편으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워싱턴총영사관 근무자들이 지원단을 꾸려 현장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번 단속은 지난 9월 4일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특별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조지아주 앨라배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공동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총 475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대다수가 한국인으로 드러났다.
스티븐 슈랭크 HSI 조지아·앨라배마 지역 담당 특별수사관은 “이번 단속은 국토안보부가 단일 현장에서 진행한 최대 규모 중 하나”라며 “475명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 국적자”라고 했다. 체포자들은 상용 비자(B1) 또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했지만, 취업 조건에 맞지 않는 업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한국인 46명, 인도네시아인 1명)과 협력업체 인원 250여 명이 구금돼 있으며, 현대차 직접 고용 인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단속 현장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약 43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공동 출자해 건축 중인 ‘HL-GA 배터리’ 공장 사이트로, 연간 30기가와트시(30GWh) 규모의 배터리셀 생산이 목표다.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의 상징적 사업이었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월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생했다. 정상회담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상당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힌 직후며, 조선·에너지·항공 등 5개 분야에서 총 11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단속 직후 “할 일을 한 것”이라며 “한국도 미국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단속 직후 “우리 국민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 활동이 손상되어선 안 된다”며 신속한 해결을 지시했다. 정부는 앞으로 비자 체계 점검과 함께 미국 내 기업 출장자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 측 구금 인원은 조만간 현장 해제를 거쳐 전세기로 귀국할 예정이며, 정부는 관련 절차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